▲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설립발기인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의 ‘방황’이 계속될 모양새다. 기금 모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재단을 진두지휘해야 할 선장을 잃어서다.

◇ 위기 속 실종 된 리더십… ‘시국과 닮아’

어느 때 보다도 어수선한 연말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국민들의 분노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국정을 소홀히 한 책임을 진 박근혜 대통령이 민의의 심판을 받아 식물대통령이 되면서 사실상 대한민국은 ‘선장을 잃은 배’ 꼴이 됐다. 대통령 직무대행이 된 황교안 국무총리는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은 그럼 점에서 지금의 대한민국과 닮았다. 제대로 된 리더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지난 28일 강남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는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공석이 된 이사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오전부터 진행된 임시 이사회에서는 재단 이사 가운데 한 명인 김태황 명지대 교수가 부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재단은 당분간 김 부이사장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상대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자리를 내놨기 때문이다. 후임자를 찾지 못한 재단은 부랴부랴 이사회를 열고 재단 정관에 따라 부이사장 직무 대행에 돌입한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로 재단 목적에 맞는 인물을 선출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은 분위기다. 재단 안팎에서는 적임자 선정 작업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헛물만 켜다 여론의 비판을 받은 사회공헌재단에 무보수로 봉사하겠다며 선뜻 나설 인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올해 사회공헌재단은 출범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지난해 11월 각계 기대 속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실제 운영은 순탄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업 운영을 위한 자금 모금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출범 몇 달이 지나도록 모금액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목표로 했던 2000억원의 2.3%(47억원) 수준에서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 유명무실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건설업계의 K-미르 재단이라는 오명도 받았다. 건설 분야 종사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부 등살에 떠밀려 재단이 출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뿐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재단을 가까이서 도와줘야 할 기업들의 무관심이 계속되면서 운영은 파행을 거듭했다.

이처럼 재단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은 새해 첫 출발을 키를 잡아야 할 선장도 없이 맞게 된 것이다.

정유년 새해, 방황하고 있는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이 새 선장을 찾고 본격적인 닻을 올릴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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