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12월 마지막 토요일에 1,000만 명을 돌파했네.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고 한탄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 국민들이 참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일세.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에 나왔음에도 매우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탄핵시킨 촛불혁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로 세계사의 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네. 오늘은 정유년 붉은 닭띠 해를 맞이해서 절반의 성공을 달성한 촛불혁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2017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생각해보세.

먼저, 이번 촛불혁명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 모두가 진정한 시민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네. 지금까지 권력과 자본에 속으면서도 무력하게 순응만 해왔던국민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 자본이나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만 한다는 말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네. 누구나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말일세. 그것만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어른으로 늙거나 부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야.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런 노력 없이 이른바 교양 있는 시민이 될 수는 없겠지?
 
둘째, 이번 촛불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장시켰으면 좋겠네. 사회과학의 전문 용어로 말하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면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노력들이 사회 각 부문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일세. 사회과학자들은 민주주의를 흔히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누는데, 국민들의 제반 기본권과 보통선거권 같은 참정권이 보장되면 그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하네. 실질적 민주주의는 여성, 성적 또는 민족적 소수집단, 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 모든 소외 계층들에게 사회적 권리가 주어지고, 공적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병원, 가족 등의 사적 영역에서도 민주주의 가치가 실현되었을 때 완성되는 거야.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이래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실현되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아직 초보 단계일세. 난 이번 촛불혁명이 형식적인 자유민주주의를 넘어 사회 각 부문에서 실질적인 민주화 즉생활 속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네.
 
셋째,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에 대한 비판이 더 자유로워지고, 다양한 가치들이 함께 공존하는 다원화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국민의 의식전환이 필요하겠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이라는 한계로 인해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하네. 그래서 민주주의적인 법과 제도, 비판의 자유, 관용정신이 필요한 거고.
 
되돌아보면,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자신들이 마치 전지전능한 신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낙인찍는 사람들만 설쳐대는 나라에서 살았네. 자신의 이념이 소중하면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자유주의라고 말할 수 있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외치면서도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공산주의자’, ‘종북’, ‘불순세력’, ‘진실하지 못한 사람등으로 낙인을 찍고 쫓아냈으니그들은 자유주의 가치가 뭔지도 몰랐던 거지. 말로는 국민화합을 외치면서 나라를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동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했던 사람들과 대통령, ‘친박들의 광기가 지배한 4년이었어. 이제 우리도 모든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종교, 사상, 취향 등을 인정하고 보호해서 다양한 가치들이 울긋불긋 오색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사회로 진입할 때가 된 것 같네. 모든 국민들이 왕의 신민이 아니라 자율적인 시민으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향유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다문화사회를 기대해보세.
 
이번 촛불혁명과 함께 이제 우리에게도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 같네. 언제가 들려줬네만, 다시 어쩌다 한국인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의 한 구절을 인용하네. “결핍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다만 한국인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낄 뿐이다. 이제는 결핍의 사회에서 성숙의 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과 생산, 경쟁을 추구하는 결핍의 마음에서 벗어나야지만 비로소 우리의 마음속에 사회정의, 복지, 양극화 해소, 휴머니즘과 같은 개념이 들어설 수 있다. 한국인이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잘 놀아보는 것이다. 이제 진심으로 놀아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일세.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잘 놀아야만 하네. 놀려면 먼저 우리들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관한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해. ‘소유보다는 존재의 가치를 소중하고 여기고, 탈물질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지.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무시하고 살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의 지배로부터 하루 빨리 해방되어야 하네. 노아 벤샤의 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들려주면서 편지를 마치고 싶네. 주인공 야곱이 한 말이야.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것보다, 그것들이 사실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더 부자가 되는 것이지.” 2017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런 마음의 부자로 거듭나는 걸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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