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지창이 테슬라를 상대로 급발진 사고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손지창이 공개한 사고 현장 모습이다. <손지창 페이스북>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래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테슬라가 본격적인 국내 입성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자동차업계의 ‘난제’인 급발진 사고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유명 배우가 사건의 주인공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차고에서 돌진한 테슬라

배우 손지창이 아찔한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해 9월 10일이다. 손지창이 SNS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손지창은 이날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둘째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귀가했다. 차가 차고 쪽으로 접근하자, 테슬라 기능에 따라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이 모두 열린 것을 확인한 손지창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이어 액셀레이터 쪽으로 발을 옮겨 살짝 밟는 순간 ‘웽’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돌진했다.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 차량은 그대로 집 벽을 뚫고 들어갔다. 손지창이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다. 손지창은 “뒤에 타고 있던 아들은 당시 속도에 대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만약 그 벽이 나무가 아니라 콘크리트였다면 아마 인터뷰를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지창을 더욱 실망하고, 분노하게 한 것은 테슬라 측의 사후 대처다. 사고 원인을 모두 운전자에게 뒤집어씌우기만 할 뿐이었다고 주장한다. 손지창은 “테슬라는 내가 액셀레이터를 처음에 17% 밟은 뒤 1초 후에 100%를 밟았다고 했다. 처음에 17%를 밟은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차고를 들어가면서 100%를 밟겠나. 게다가 차에는 아들도 있었다”며 “그래도 테슬라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고, 차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지창은 “테슬라 측은 내가 유명인의 지위를 이용해 보상을 요구했다고 매도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손지창이 사고 당시 타고 있던 차량은 테슬라 X 75D 모델이다. 손지창은 결국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급발진 사건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다. 특히 자신과 유사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다른 사고 역시 대부분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 더딘 매장 오픈, 거센 후폭풍 예고

급발진 사고 논란은 비단 테슬라만의 일은 아니다. 수많은 급발진 사고가 국경 불문, 브랜드 불문으로 발생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액셀레이터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자동차 제조사는 운전자가 실수 혹은 당황해서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운전자가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물론이고, 정보, 비용 등 운전자가 직접 급발진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 논란은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에 따라 종결되는 일이 많았다.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차세대 주자로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테슬라 역시 기존 자동차 업계의 ‘난제’로 남아있던 급발진 문제를 마주하고 말았다.

특히 테슬라는 국내 입성을 앞두고 또 한 번 악재를 만나게 됐다. 테슬라는 국내 입성을 준비하며 한국 홈페이지를 오픈했다가 ‘지도 논란’에 휩싸여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국 홈페이지 속 지도에 동해가 아닌 일본해가 표기돼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당초 지난해 11월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던 테슬라는 아직까지 고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인력 확충은 물론 각종 서류 구비에 차질이 발생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다소 안이하게 한국 시장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와중에 급발진 논란까지 제기된 테슬라는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도 전에 ‘좌충우돌’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특히 사고 당사자가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이 논란은 향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테슬라와 전기차가 아직 낯선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급발진 논란이 무척 어려운 문제”라며 “매장을 열기도 전에 유명 스타에 의해 급발진 사고가 널리 알려진 것은 테슬라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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