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전문회사 비상교육의 10대 오너일가는 20억대 주식을 보유 중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각 시대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말이 있다. 이제 막 2017년에 들어선,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는 ‘흙수저와 금수저의 시대’다. 태어날 때부터 각자 다른 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는 이 말은, 우리 시대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저계급론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제강점과 광복, 전쟁, 경제발전을 거치며 오늘의 현실이 만들어졌다.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1900년대 초중반에 설립됐으며, 창업주의 2~3세 혹은 4세가 대를 이어 경영을 맡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회장이 될 운명을 지녔고, 그 운명은 다시 자녀에게 이어진다. 반면 갈수록 삶이 팍팍한 서민들은 아버지는 희망퇴직으로, 자녀는 취업난으로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러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교육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에게 금수저를 쥐어 줄 수 있다. 이를 두고 우리사회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인 것이다.

하지만 이 ‘교육’을 통해 돈을 버는 기업조차 ‘금수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9살에 4800만원 들여 산 주식, 지금은 20억대

비상교육은 교육전문회사다.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를 만들고, 참고서 등 여러 교재를 만든다. 선생님들에게 다양한 수업자료를 제공하고, 온라인 강의와 학원을 운영하며 직접 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비상교육은 올해부터 3년간 초등학교 과학부문 국정교과서 공급업체로 선정돼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비상교육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양태회 대표다. 본인이 45.16%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친인척과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4.70%의 지분을 확보 중이다.

그런데 양태회 대표의 특수관계인 중에는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먼저 2000년생 A양이다. 아직 고등학생인 A양은 현재 12만8554주의 비상교육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3일 종가로 환산하면 20억9543만원에 이른다.

비상교육 오너일가 10대 주주로는 2005년생 B양도 있다. A양보단 적지만 1만4078주, 2억2947만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A양이 처음 주식을 취득한 것은 비상교육이 상장된 2008년 6월이다. 당시 9살이던 A양은 총 9만6000주를 주당 500원에 취득했다. 이후 A양은 2011년 3월 2만480주의 주식을 배당받았다. 2012년에는 비상교육이 무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식이 1만2074주 더 늘었다. 이를 통해 지금의 12만8554주가 됐다.

A양이 2008년 주식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4800만원이다. 초등학생 스스로 마련한 자금으로 보긴 어렵다. 그런데 이 주식의 가치는 9년이 지난 현재 20억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배당금으로만 2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1996년생인 C씨도 A양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 같은 시점에,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했고, 현재도 같은 주식을 보유 중이다. 그 역시 10대 시절부터 수십억대 주식을 가졌던 것이다.

비상교육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상의 꿈은 여러분의 꿈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함께 커나가며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문화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상교육이 품은 ‘주식 금수저’는 학생들의 꿈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