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바람 잘 날이 없다. 룸살롱 접대에 이번엔 수천만원대 장비분실 논란까지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이승훈) 얘기다. 잇단 직원들의 비위에 급기야 수장의 리더십마저 의심받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평가 D등급으로 성적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입장에서는 적잖이 골치 아픈 처지에 놓였다.

◇ 수천만원 장비 분실하고도 1년 넘게 쉬쉬

한국가스공사가 수천만원대 장비를 분실하고도 1년 넘게 쉬쉬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다. 이곳에서 영사기를 비롯해 레이저메탄검지기 등 9개 장비가 도난당했다. 약 4500만원(취득가 기준) 규모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도난당한 시점은 2015년 5월∼6월께로 추정된다. 하지만 도난당한 사실을 인지한 것은 2016년 3월로 알려진다. 안전진단 관련 사전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기들이 없어진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지역본부는 사건 인지 이후 9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 말이 돼서야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다.

왜 장비를 도난당한 뒤 18개월이나 지나 신고를 한 것일까.

가스공사 측은 “내부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내부 규정상 5000만원 이하 손망실이 발생할 경우, 사업소 자체 처리 대상 업무로 판단한다”며 “당시 사업소는 CCTV 확인 작업을 통해 도난 경위 등을 파악하고, 변상책임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느라 보고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본부 측은 당시 관리책임을 물어 손실을 직원들의 자비로 충당하게 했다. 도난당한 장비에 감가상각을 적용, 장부가인 1100만원을 산정한 후 5개 품목에 대한 비용(600만원)을 담당팀장과 직원이 분담해 변상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실부터 메우는 석연찮은 상황이 벌어진 셈인데,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지역본부 측이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 보고 역시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사업소 자체처리 결과 및 감사처리 한 후에 산업부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산업부도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안다. 현재 가스공사 차원의 종합점검이 진행중인데, 산업부는 이를 종합분석해서 미흡하다고 판단할 시 산업부 차원의 감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가스공사.
◇ 조직관리 부재… 리더십 ‘휘청’

업계에서는 가스공사 내부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가의 장비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을 비롯해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신고가 이뤄지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손실을 부담케 하는 자체가 상식 밖 행동이라는 것이다. 앞서 가스공사는 수십명의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술·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대거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가스공사를 이끌고 있는 이승훈 사장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내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평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조직관리 부재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점은 이 사장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해 경영평가 D등급을 받은 가스공사는 올해 반드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으면 기관장은 해임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2013년부터 2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도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이승훈 사장의 경우 취임 6개월째라는 점 때문에 기관장 경고를 간신히 면했지만, 이번에도 낙제점을 면하지 못한다면 자리보전이 쉽지 않다.

실제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는 조직 및 인적관리를 비롯해 △국민평가 △업무효율 △노사관리 △부채감축 등이 포함돼 있다. 가스공사는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해 노조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이승훈 사장을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평가의 최대 관건인 ‘부채감축 달성도’ 부문도 녹록지 않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가스공사은 연결 재무재표 기준, 3분기까지 부채 29조744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부채규모를 반영해야 최종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2015년 총 부채가 32조3283억원인 점과 비교하면 전년대비 개선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가스공사는 현재 전 사업소에 대해 장비관리 실태 종합점검을 하고 있다. 이달 중 자체검사를 할 예정이고, 그 후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 뒤 관련자 문책 등의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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