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F 구본걸 회장.<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패션명가 LF(구 LG패션) 구본걸 회장의 사업다각화 광폭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 방송, 화장품에 이어 이번에는 ‘주류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주력부문 패션사업은 축소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닭띠 경영인 구 회장의 ‘효율화’를 앞세운 공격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 식품·방송·화장품까지… 실적 ‘단비’

LF 구본걸 회장이 사업영역 바운더리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엔 주류 사업이다. 4일 LF는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을 50% 이상 인수해 이달 안에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이미 두 회사 간 최종합의까지 끝난 상태로, 최종 지분인수도 조만간 완료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덜지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 인기가 높은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 등을 국내 수입해 독점 유통하는 회사다. LF 관계자는 “인덜지의 기존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라며 “LF는 기존 패션, 화장품 등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범주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이번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F의 사업영역 다각화 움직임은 그간 심심찮게 포착됐다. 식품·TV·화장품 등 영역도 가지각색이다. LF는 2007년 LF푸드를 100% 자회사로 설립해 식품부문에 진출했다. LF로부터 가공식품사업부를 넘겨받아 일식 라멘 전문점 ‘하코야’ 시푸드 뷔페 ‘마키노차야’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2015년 6월에는 동아TV를 인수해 방송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8월에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 1803’을 국내 론칭한 것이다.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화장품 유통사업에 출사표를 냈다.

새 사업영역 도전은 LF에겐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5년째 답보상태를 걷던 실적이 조금씩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들어 효율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 LF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28.9% 증가한 4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가 패션업계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타 사업영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 주력 ‘패션사업’은 축소 수순?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 불황에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걷던 LF는 구본걸 회장 취임 이후 본업 ‘패션’에 힘을 빼는 사업적 결정을 내렸다. 바야흐로 ‘생존’의 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변화의 첫 발걸음은 ‘사명변경’이었다. 2014년 LG패션은 현재의 LF로 개명하고 체질개선에 나섰다. LF관계자는 “사명을 변경하면서 기업 모토도 근본적으로 변화가 생겼다”라며 “패션사업을 그대로 영위하지만,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생활문화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전했다.

업계서는 의료브랜드 비중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생존전략을 다시 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됐다. 실제로 구 회장은 작년 초 여성복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의 백화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최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전통사업인 패션사업부에는 부사장을 선임하지 않았다.

국내 패션업계는 공교롭게도 구 회장이 회장직을 역임한 2012년을 전후해 불황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LF는 2015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22% 감소한 741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제고압박을 받아왔다. 판관비 부담이 적은 온라인몰로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는 등 힘겨운 움직임을 이어왔다.

LF관계자는 “업황 자체가 불황인 것은 맞다. 보통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옷값부터 줄이기 시작하지 않나”라며 “불황을 타지 않는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뛰고 있고, 올해 새로 런칭하는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비롯해 패션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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