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근태 의장 5주기 추도식에서 만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유력대선주자들의 발언수위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는 상위권에 위치한 후보들 보다 상대적으로 마음이 급한 하위권 후보들에게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유력대선주자를 상대와 대립각을 세워 여론의 주의를 끄는 이른바 ‘편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비약적인 지지율 상승을 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편승효과를 제대로 누린 장본인이다. 1차 촛불집회부터 참여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재명 시장은 촛불집회의 열기와 함께 여론의 관심을 한 눈에 받게 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후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에서 미래권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와 동시에 편승효과를 노리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상대로 고른 이는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희정 지사는 반기문 총장이 대선출마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정치에 기웃거리지 마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안 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 하지 못했던 분”이라고 폄하했다. 동시에 국민들을 향해서는 “신의 없는 기회주의 정치에 속지 마시라”고 호소했다. 되도록 비판발언을 자제했던 안 지사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노골적이었다.

반대로 자신은 “평생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해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켰던 자신의 과거를 상기시킨 대목이다. 반 총장의 약점을 공격하는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안 지사와 반 총장은 같은 충청출신으로 지지층에 교집합이 적지 않다. 반 총장의 표를 가장 많이 뺏어올 수 있는 후보가 안 지사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개혁보수신당 창당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비슷한 맥락에서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타깃으로 삼았다. 주제는 ‘안보관’이다. 색깔론을 꺼내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공격함과 동시에, 자신은 ‘안보보수’의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보수진영으로부터 ‘좌파’라는 공세를 받고 있는 유 의원 입장에서는 1석 2조의 수가 되는 셈이다.

5일 창당추진회의 공개발언에 나선 유 의원은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비서실장으로서 북한인권결의안의 정부입장을 북한에 물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10년 전 그런 행위를 했던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세력이 중국에서 가서 사드에 관해 굴욕외교를 하고 왔다”고 문 전 대표를 힐난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사드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대한민국 주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주권에 대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문제가 흔들리면 한미동맹과 국가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굴욕적 외교에 대해 국민들께서 반드시 선택해주셔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의 한 선거통은 “대선주자들의 발언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면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는 것 같다. 조기대선이 치러진다고 가정하면, 유권자와 만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유력주자와 대립각을 세워 관심을 끌어보려는 방법은 오래된 선거기법이지만, 잘못할 경우 네거티브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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