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칼럼니스트
요즘 여기저기서 너무 허무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드라마보다도 흥미로운 뉴스에 이미 넋을 잃은 지 오래라는 친구들도 늘었다. 주말에 영화를 보러가기 보다는 광화문으로 촛불을 들고 가는 이가 더 많고 더러는 태극기를 들고 대한문 앞으로 향하기도 한다. 신문 지상에 소개된 기사들은 가벼운 웃음도 뿌릴칠 수 없을 만큼 말장난으로 가득 차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진지해서 모두들 애국자가 되어 나라의 앞일에 대한 걱정만 앞설 따름이라는 한 초등학생의 시름이 이 시대를 대변한다.

과거 IMF 때는 상층부만의 금융위기였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랏사람들이 국채보상운동을 하듯 외화와 장롱 속에 숨겨놓았던 ‘금반지’를 가져오면 해결될 수 있었던 소박한 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일반 국민들이 생활고와 취업난 그리고 소위 사회지도층의 비리 등으로 회복될 수 없는 실망감과 박탈감을 넘어선 절망과 분노를 느끼면서 시작된 것이기에 위험하다.

벼랑 끝에 몰린 국민들의 저항은 ‘마녀사냥’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짓말’로 점철되고 ‘법’을 악용해서 도망치는 정치인들과 전직 검사들의 모습은 촛불이라는 ‘화형식’으로는 쉽게 분이 삭히지 않을 듯하다. 길로틴이라는 이름으로 ‘탄핵’이라는 처형대에서 피를 보고서도 국민들의 분노는 꺼질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원한이나 저주를 국조신들이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고 부득이 받아들였다는 어느 무속인의 말도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어쩌면 시쳇말로 황당무개한 원시시대가 되었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커피 프림은 독과 같은 존재일까? 숨겨진 4%가 있는 한 블랙이라고 할 수 없는 다방커피일 따름인가? 이미 커피속에 스며들어 찾을 수 없던 프림은 커피가 식을 때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숨어 있을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림이었지만 티스푼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잠시 화려함을 뽐낼 수 있을 따름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티스푼으로 건져지게 될 운명을 모르는 철부지일 따름인가?

욕심도 그렇다. 무의식 저변에 깔려 있을 때는 행방이나 소재조차 알 수도 없었던 존재이지만, 집착이 되어 드러나면 ‘고통’의 원인이자 고집멸도 사성제 가운데 하나인 ‘멸’의 대상이 된다. 하늘은 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를 완전히 청소하기로 한 것인가?

이런 시절, 허무 속에 빠진 우리 국민들을 영적으로 구원해 줄 수 있는 한권의 책이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티베트의 정신적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우리를 모든 고통의 근원으로부터 진정으로 해방시키는 견해를 이미 제시했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의 실재를 정확하게 보는 견해를 얻게 된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바른 견해(정견)을 얻으려면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반야심경'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고 이 시대의 영적 스승 달라이라마는 전한다.

▲ 달라이라마의 반야심경.
명상과 요가의 붐이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한 지금, '반야심경'은 우리 자신이나 사물들의 진정한 본성 즉 '공성(空性)에 대해서 가장 간결하고도 직접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기심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 계층과 계급을 넘어선 새로운 신분제 사회 속에서 종교 등으로 인한 반목 등 개선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암담한 시대의 현실에서 <달라이라마의 반야심경>(무우수 불교총서 2, 2006 5쇄, 주민황 옮김)은 반목과 질시, 두려움을 없애고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달라이라마방한추진위원회의 금강스님이 법보시로 보내준 이 책을 보며 잠시 책 소개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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