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안주고, 매장 매니저 보증금 1000만원 ‘따박따박’
법정관리 직전까지 정상계약… 비양심 행태 ‘도마’

▲ 에코로바 조병근 대표가 관리자들에게 오는 11일 임금지급을 약속하는 확약서.<제보>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중견 아웃도어 업체 에코로바가 수개월 째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회사는 법정관리(2016년 12월 28일)에 들어간 상황이라, 직원들은 졸지에 ‘끈 떨어진 연’ 신세로 전락할 위기다. 특히 <시사위크> 취재 결과, 법정관리 직전에도 매장 매니저들에게 보증금(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 법정관리 직전 3개월, 매장 매니저 임금 ‘0원’

올해로 설립한지 34년이 된 에코로바는 텐트, 침낭, 의류 등 등산용품 제조업체다. 2014년 기준 약 425억원의 매출을 냈다. 2015년 초부터 협력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늦게 주는 등 불공정행위를 하다 공정위 제제를 받았다. 이후 불거진 갑질논란에 매출에 타격을 입고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에코로바의 법정관리행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이번 사안에 제3의 피해자가 등장했다. 그간 에코로바의 판매원으로 근무했던 ‘중간관리자’들이다. 흔히 ‘매장 매니저’로 불리는 이들은 에코로바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각 지점에 배치되어 근무한다. 임금도 에코로바 본사에서 받는다. 매달 매장 판매액의 12~14%가 이들의 월급으로 지급된다.

최근 에코로바가 기업회생을 앞두고 이들에게 임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정황이 포착됐다. 에코로바 매니저로 근무했던 A씨는 “에코로바는 수년간 계약직 판매사원들에게 수당 지급일을 늦추거나 일부만 지급했다”며 “법정관리를 앞둔 지난해 10월, 11월, 12월은 수수료를 전혀 주지 않아 몇 개월째 손에 쥐어본 수당이 0원이다”라고 말했다. A씨 같은 피해자만 약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A씨가 지금까지 받지 못한 판매수수료는 약 7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회사가 받아간 ‘보증금’ 1000만원까지 돌려주지 않아, 1인당 피해금액은 2000만원 가까이 폭등했다. 회사는 관리자들에게 계약 초기, ‘보증금’ 명목의 1000만원을 따로 받는다. 관리자가 납품받은 물건을 잃어버릴 경우, 책임을 묻기 위한 ‘담보’인 셈이다.

A씨는 “월급을 못 받자 퇴직을 요구했으나, 당시 회사는 물건 누수를 체크한 후 이 보증금에서 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며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계약을 연장했고 피해가 지속됐다”고 전했다.

◇ 법정관리 직전에도 보증금 수령

▲ 에코로바 본사 사무실 앞에 입실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제보>
회사는 2015년 이후 은행권에서 불안정업종으로 분류돼 차입금 상환압박에 시달려왔다. 최근까지도 영업이익 및 대표이사의 개인 자산을 매각할 만큼 경영상태는 악화됐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앞두고 사전고지 등 언질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것처럼 중간관리자를 채용하고 보증금을 받아왔다.

최근 에코로바 중간관리자로 일하다 퇴직한 B씨는 “지난해 9월 한 지점을 인수인계 받고 보증금 정산까지 마무리했는데, 하루 지나서 임금 미지급공문을 받았다”며 “추석 이후 매니저 교체를 요구해 실제론 14일 정도 영업했으며, 회사가 이런 지경인 줄 알았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로바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관리자들에게 임금지급을 약속했다. 공지사항을 통해 “기업회생 개시 결정 전 중간관리수수료 및 판매사원 등 미지급 급여, 수수료 전체 지급으로 매장 정상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뒤로는 임금지급을 요구하기 위해 본사를 찾은 직원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내쫒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최근 A씨를 비롯한 다수의 피해자들이 본사 사무실을 찾아가자 업무방해를 이유로 경찰을 불렀다. 이후 사무실 앞에 공문을 붙이고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힘들어도 기다려왔는데 정작 본사직원들은 매달 월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고질적 갑질행위를 하는 에코로바를 보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에코로바 중간관리자들은 오는 11일 회사가 작성해준 임금지급 확약서 이행여부에 따라 단체 집회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기자는 에코로바 측 입장 취재를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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