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교육계 블루리스트 의혹이 제기됐다. 국공립대학의 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이 확대된 것. 이에 따라 국공립교수협의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에 수사를 요청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심하고 부끄럽다.” 김사열 경북대 교수의 고백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국공립대학 총장 일부가 충성서약 성격의 각서를 썼다는 대학가 소문을 공개하며 “대학민국 대학이 많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분류된 교육계 인사들의 명단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른바 ‘블루리스트’다. 문화계의 ‘블랙리스트’처럼 실체가 확인될 경우 교육부 또한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교수협의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 교육부 인사위원이 증언한 민정라인의 정치 성향 검증

실제 박근혜 정권에서 무려 13개 국공립대학이 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불상사가 일어났다. 역대 정권에선 학내 선거를 거쳐 1순위로 선출된 후보자를 총장에 임명하는 관례를 따랐지만, 이번 정권에선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된 경우가 많았다. 경북대, 경상대, 순천대, 충남대, 한국해양대가 그 사례다. 이외 공주대,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등은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미뤄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사실상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교육부에서 임용 제청을 거부한 데 대한 이렇다 할 이유가 없다. 공교롭게도 2순위 후보자에 밀려 총장 임명에 고배를 마신 1순위 후보자들은 유신 반대 운동에 참여했거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공립대학 총장 임명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블루리스트가 작성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JTBC도 2014년 경북대 총장 임용을 위한 교육부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청와대 민정라인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1순위 후보자인 김사열 교수를 거부했는데, “이유가 안 내려와서 정치적인 게 아닌가 짐작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사열 교수는 대구에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표와 시민단체연대회 상임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의 부인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무용가다.

▲ 김사열 경북대 교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국공립대학 총장 일부가 충성서약 성격의 각서를 썼다는 대학가 소문을 공개하며 자신도 “동료 교수로부터 일종의 반성문을 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YTN 방송화면 캡처>
때문일까. 김사열 교수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동료 교수로부터 일종의 반성문을 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뇌물 성격의 돈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딸랑이가 돼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 정권에서 대학을 ‘줄세우기’ 하려다 보니 충성서약 같은 각서를 쓰도록 요구했을 것이라 짐작한다”면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임명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교육부 인사위원회 회의록에서 ‘블루리스트’ 확인 될지도

앞서 김사열 교수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척 거부 처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2심은 계류 중이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바로 교육부 인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다. 임용 제청을 거부한 이유가 회의록에 기록돼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교육부는 회의록 공개 대신 패소를 택했다. 결국 “특검에서 회의록을 열어야 한다”는 게 김사열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특검에서 회의록을 공개할 경우 교육계의 파문이 예상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김사열 교수의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 수장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다. 개입설이 제기된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현재 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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