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이 9일 75번째 생일을 맞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942년 1월 9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태어난 날이다. 오늘 그는 75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 어느 때보다 슬픈 생일이다. 물론 얼마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이건희 회장을 향한 생일선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의 리더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신의 승계를 위해 국정농단 비선실세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여러 증언과 정황 등이 퍼즐 조각처럼 맞아가면서, 의혹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의 생일인 9일, 특검의 삼성 수뇌부 소환이 시작된다. 특검은 이날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소환 조사한다. 두 사람 모두 이건희 회장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의 차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삼성-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에서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전격 구속하는 등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재용 구속’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과거에도 여러 큰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이번처럼 경영유착과 비리가 드러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의 삼성그룹’은 무너지지 않았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그간 많은 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삼성그룹 리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는 위기 대응 및 극복 능력을 보여줬다. 여기엔 과감한 결단을 바탕으로 한 경영능력도 포함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떨까. 그간의 행보를 보면, 그가 이번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메르스 사태,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파문, 갤럭시노트7 결함,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악재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두 걸음 늦은 대응으로 사태를 더 확산시켰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다면 이번 사태 등 그간의 여러 악재에 대해 어떤 판단과 대응책을 내놓았을까.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 맞은 세 번째 생일. 그의 빈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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