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컨택센터 직원들이 컨택사업 종료에 따른 권고사직에 반발해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존폐기로에 선 강원랜드의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원엔터)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선진국 흉내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성공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사업에 145억원을 배팅한 강원랜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설립 후 단 한해도 흑자를 경험하지 못한 하이원엔터는 게임개발·애니메이션·콘택트센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강원랜드의 자회사다.

◇ 시작부터 꼬여버린 ‘한국의 디즈니랜드’

복합리조트 시설인 강원랜드의 소프트파워 육성 산업이 본격화 된 건 2006년을 전후해서다. 5대 CEO로 활동했던 조기송 전 회장때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2004년부터 피어오르던 강원랜드의 2단계 사업 구성인 e-city 조성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벤치마킹한 건 미국산 세계적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다. 게임타이틀과 애니메이션 등 디즈니랜드의 부수입이 ‘짭짤하다’는 사실에 주목한 그는 강원랜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e-엔터테인먼트를 지목했다. 조 전 회장의 임기를 불과 두 달 앞둔 2009년 1월, 강원랜드의 두 번째 자회사인 하이원엔터가 출범했다.

강원랜드의 기대와는 달리, 하이원엔터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갓 출범한 조직을 진두지휘해야할 수장(우종식 대표)이 취임 1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이사 공백은 장기화됐다.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1년이 다 되서야 2대 사장 선임(이학재 대표)이 이뤄졌다. 조타수를 잃어버린 하이원엔터의 실적이 좋을 리 없었다. 출범 원년에 13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자 줄줄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하이원엔터의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영업손실액이 53억원으로 뛰었다. 급기야 2011년에는 1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해가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이 안정권에 들어서야 하는 출범 3년차에도 영업 적자폭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쯤 되자 지역에서는 강원랜드의 2단계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업성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게임 산업을 하루 빨리 접고, 지역 경제 활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사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뤘다.

◇ ‘게임’ 대신 ‘자동차 부품’… 고용 승계 문제는 안개속

강원랜드에서도 이 같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하나원엔터의 청산은 기정사실화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일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은 시무식 자리를 통해 “자회사들이 과거 사업 종목을 잘못 선택해 적자누적 상태로 있다”며 “신속하고 타당성 있는 검토를 통해 금년 내에 반드시 대체사업을 발굴하거나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이원엔터의 대체사업으로는 자동차 부품 재제조 분야가 유력한 상황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빠진 하이원엔터를 청산하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자동차 부품 재제조 사업을 강원랜드의 2단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이뤄지는 강원랜드의 자회사 정상화 추진 노력에도 지역민들의 아우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잠시나마 한 식구였던 근로자들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강원랜드를 성토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6일 하이원엔터 컨택센터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수년 간 사업 부진을 이유로 신규 사업을 찾겠다고 시간만 끌다가 아무런 대책 없이 사업부터 종료한다”며 “강원랜드 경영진과 하이원엔터 이사들은 사업 실패의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관계자는 “현재 실시 중인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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