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트코 매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글로벌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힐 조짐이다. 대한민국의 법과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듯, 무대뽀식 영업행태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물론, 지역 경제와 상생하라는 정부의 목소리마저 귓전으로 듣는 모습이다.

◇ “상생 안 마련하라”… 송도점 밀어붙이기 식 개점

아시아의 허브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가 신흥 유통시장 메카로 급부상 중이다. 폭발적인 잠재수요가 예상되면서,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현대·롯데 그리고 신세계·이랜드 등 굴지의 기업들이 운영하는 쇼핑몰과 대형마트가 2020년까지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업계 긴장감을 한껏 높이는 일이 있었다. 외국계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열면서 유통대전의 본격적인 서막이 오른 것이다. 지난 9일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인근에 미국산 글로벌 유통기업인 코스트코가 정식 영업에 돌입했다. 국내 상륙 23년 만에 가진 13번째 매장이었다.

송도발 유통전쟁의 신호탄이 된 코스트코 송도점의 첫날 영업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8시 개장 전부터 매장을 찾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주차난을 대비한 임시주차장까지 만석을 이뤘다는 언론 보도들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사라는 측면에서의 평가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대로라면 코스트코 송도점의 오픈일은 9일이 돼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코스트코는 송도점의 오픈 시기를 두고 정부, 지역 소상공인 등과 조율 중인 과정에서 개점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중소기업청은 “코스트코 송도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코리아가 송도점을 개점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코스트코코리아의 권고 미이행 사실을 공표하고 이에 적합한 후속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코스트코 송도점 개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지역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데 따른 결과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으로 인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사정조정신청이 가능하다. 이에 인천시 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 “생활화학제품 성분 밝혀라”… 해 넘겨서도 ‘모르쇠’

이후 4차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중기청과 조합이 제시한 상생 조건(월4회 휴무·국산주류판매금지·개점연기 등)을 코스트코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사 직원과 납품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지난 4일 중기청은 코스트코에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지만, 코스트코는 이마저도 거부하며 9일 개점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인천시 수퍼마켓협동조합 김지연 본부장은 “한때 8000개에 이르던 인천의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악화된 환경으로 인해 불과 4~5년 만에 2500개로 줄어들었다”며 “외국계 거대자본의 등장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 시킬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코스트코는 아무런 상생 대책 마련도 없이 신규매장 개점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의 ‘독주’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성분을 공개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코스트코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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