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생각에 잠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룰 규정문제가 시작부터 삐걱되는 모양새다. 경선 룰을 마련하는 민주당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는 11일 첫 회의를 진행했으나 파행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는 이날 2차 회의에서 대권주자 대리인들을 만났다. 대권주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한 후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들기 위해서다. 문재인 전 대표 측 오종식 대리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이후삼 대리인,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측 함효건 대리인, 김부겸 의원 측 강원구 대리인, 최성 고양시장 측 박덕양 대리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회의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의 중립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불참 사유다. 이날 <문화일보>에 따르면 박 시장 측 관계자는 “경선규칙을 정하는 것은 대선주자들 간에 물밑 협상이 먼저 이뤄지고 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당이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주연구원이 경선규칙 마련을 위한 실무도 담당하는데, 최근 당 지도부는 민주연구원 ‘개헌 문건 파문’을 흐지부지 넘겼다”면서 문건 파문의 문제점도 재차 지적했다.

박 시장 측의 불참에는 민주연구원 보고서 논란에 대한 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도 한 몫 한 셈이다. 앞서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는 특정주자에 집중된 문건이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강력한 문책을 행하지 않았다. 주류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용익 원장의 사의표명도 반려했다.

더욱이 최근 박 시장은 연일 주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가진 박 시장은 “(민주당 주류 세력을 겨냥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폐쇄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면 촛불혁명을 완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만은 박 시장 측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회의에 참석한 김부겸 의원 측도 지도부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다. 김 의원 측은 회의를 통해 보고서 논란 대응을 지적한 후 지도부의 행보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결정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가 민주연구원 보고서 논란을 확실히 매듭짓지 않는 한 향후 경선 룰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비주류의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은 현재 타 주자들이 요구하는 경선 룰과 관련된 사항을 다 수용할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에서 불거질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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