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해고자들이 또 다시 한겨울 투쟁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극의 시작은 2009년이었다. 그해 여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참혹한 전쟁터였다.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25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추진했고, 노조는 점거농성으로 맞섰다.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은 노조와 ‘전투’를 치렀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노조원들은 굴뚝 위까지 올랐지만 결국 구조조정은 강행됐고, 수많은 이들이 생업을 잃었다.

2012년 겨울, 해고자들은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 위로 올랐다. 171일을 송전탑에서 머물렀다. 2014년 겨울에는 다시 공장내부 굴뚝 위로 올랐다. 70m 위에서 101일을 보내며 겨울을 났다. 2015년에는 45일간의 단식농성도 이어졌다. 이 같은 처절한 투쟁은 오로지 ‘복직’을 위한 것이었다.

2009년 쌍용차 사태와 이후 긴 시간 이어진 투쟁과정 역시 비극의 연속이었다. 해고자와 그 가족이 무려 28명이나 안타깝게 사망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비극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5년 겨울이다. 쌍용차는 그해 ‘티볼리’라는 신차를 출시해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고, 이는 해고자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쌍용차 노사는 단계적 복직에 합의했으며, 얽히고설킨 소송도 취하했다. 지난해 2월에는 첫 복직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 노동자 마지막 보루 위협하는 손배·가압류

하지만 쌍용차 해고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광화문 캠핑촌에 천막을 친 것이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이들은 왜 다시 추운 거리로 나선 것일까.

쌍용차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 중 하나는 ‘손배(손해배상)·가압류 폭탄’이다. 엄청난 규모의 손배·가압류 소송을 제기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이에 기업들은 이에 맞서 “파업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의 규모는 백억대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노동자 개인은 물론이고, 노조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다른 자본의 압박이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정당한 권리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 사태 이후 이어진 소송전은 대표적 사례이자, 손배·가압류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쌍용차 및 정부가 해고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규모는 수백억대에 달했고, 이는 쌍용차 사태 이후 많은 해고자 및 가족을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직 합의는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손배·가압류 소송이 이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은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이자까지 15억원이 넘는 규모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어깨에는 여전히 수십억대 손배 폭탄이 얹혀있는 것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기업은 손배·가압류를 앞세워 해고를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고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시 거리로 나선 쌍용차 해고자들은 광화문에 구형 코란도 모형과 굴뚝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아울러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과 선전전 등을 펼칠 예정이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추운 겨울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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