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리버가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불똥을 맞은 기업이 있다. 음향기기 및 전자부품 제조업체 아이리버다. 최근 ‘반기문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갑작스레 호황을 맞더니, 약 일주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 와중에 작년 영업실적도 적자 전환하는 등 대내외적 풍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반기문 테마주’로 흥했다 ‘내리막길’

최근 아이리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반기문테마주’의 뉴페이스로 등장한 지난달 27일 주가는 전날보다 23.6% 올랐다. 이달 3일에는 614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5000원을 넘긴 것은 올해 1월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아이리버는 반 총장의 장남인 반우현씨가 SK텔레콤 뉴욕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의 지분 48.8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4년 8월 아이리버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이리버 외에도 반기문 테마주로 꼽힌 다수의 회사가 실적과 관계없이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을 보였다. 지엔코는 장지혁 대표이사가 반 총장의 외조카인 것으로 알려져 지난달 주가가 급등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관련한 테마주에 투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 관련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주가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2일 반기문 총장이 귀국하면서 그에 대한 검증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들 반우현 씨의 SK텔레콤 특혜 취업 의혹은 이미 수차례 거론된 바 있다. 여기에 11일 반 총장 동생과 조카의 기소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향후 대선의 향방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반기문 테마주’로 웃었던 아이리버는 ‘반기문 리스크’에 울상을 지었다. 이달 3일 최고점을 찍은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12일 종가기준 4815원으로 하락했다. 최고가에 비해 약 21%가 감소했다. 주가가 급격히 요동치자 아이리버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 SK텔레콤과 ‘운명공동체’… 인수 ‘독’ 됐나

주가에 쓴잔을 들이켠 아이리버는 실적에 또 한 번 타격을 맞았다. 12일 아이리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 손실이 총 94억42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9% 감소한 523억원에 그쳤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시장에 중국 브랜드들이 들어와 값싼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며 “판매 수익률이 저하된 데다 신규 사업 투자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적자전환을 두고 업계서는 SK텔레콤 인수 ‘약발’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만년적자를 겪던 아이리버는 SK텔레콤을 새 주인으로 맡은 후, 2015년 극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대주주인 SK텔레콤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아 재무 구조가 크게 개선된 탓이 컸다.

이후 양사의 협업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6년 만에 맛 본 흑자는 ‘반짝실적’에 그쳤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를 인수하면서 사물인터넷(IoT)의 일종인 앱세서리 등 신사업 개척에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모회사 리스크가 계열사로 이전되는 모습에 투자심리만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반 총장 아들분이 IoT 부문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SK의 IoT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아이리버의 성장을 점치는 찌라시가 돌았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 SK 측과 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가시화된 부분은 없고, 최근 실적공시가 더해져 주가가 하락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