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의무에서 제외’가 골자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삼성 합병에 찬성하라는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앞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개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홍 전 본부장의 이같은 해명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처럼 영혼 없는 공무원을 방지하기 위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기 의원은 13일 상관의 위법한 직무상 명령을 공무원 의무에서 제외하는 ‘국가·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공무원법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 공무 및 민원 등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양산하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했다.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한 행동지침이 명시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관료들은 복종의 의무에 기대 권력자와 비선실세의 부당한 명령을 ‘거리낌 없이’ 따랐고, 양심과 법에 따라 판단하는 이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도 빈번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이같은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 편성과 정유라 학사비리,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서 일부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양심 없는 방조자·협력자로 전락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공무원들은 협박과 회유, 해임·좌천 등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때문에 기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직무상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을 거부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위법한 명령에 저항할 수 있음을 명시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일하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행정의 효율성은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정신에 부합하게 법안을 개정한 것이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복종의 의무가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사익편취 수단, 영혼 없는 관료들의 방패막이가 됐음이 드러났다”며 “개정안은 옳은 명령만 내리고 따르는 ‘공무원 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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