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자동차업계가 주목할 라이벌전을 소개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스페인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있다면, 영국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있고, 우리나라엔 FC서울과 수원삼성이 있다. 서로에게 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아 하는 라이벌 관계다.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우는 맞수.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다. 라이벌 관계는 어느 분야에나 존재하며, 선의의 경쟁이란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서로를 넘어서기 위해 펼치는 치열한 경쟁이 결과적으로 모두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다.

2017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이러한 ‘선의의 경쟁’을 펼칠 맞수들이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2017년 가장 기대되는 라이벌전에서 누가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주목해보자.

▲ 신형 모닝은 다시 경차 1위 자리를 찾아올 수 있을까?
◇ 2016년 스파크의 반격 vs 2017년 신형 모닝의 반격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경차에게도 딱 어울린다. 작고, 저렴하지만 그 덕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탄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쌍두마차’인 기아차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가 제대로 맞붙은 것이다.

2015년 신형 스파크를 선보였던 쉐보레는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꺼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렴한 스파크에 100만원 할인 등의 혜택을 더한 것이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좀처럼 모닝을 넘지 못하던 스파크는 전체 승용차 월간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격을 당한 기아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쉐보레 스파크에 대적할만한 혜택으로 맞불을 놨고, 이후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이어갔다.

결과는 7만8035대와 7만5133대로 쉐보레 스파크의 승. 스파크는 2008년 모닝이 경차로 분류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쌓인 ‘만년 2등’의 설움을 단번에 떨친 2016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또 다르다. 기아차 모닝이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오는 17일 신형 모닝을 공식 출시한다.

기아차는 당초 지난해 말 신형 모닝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스파크와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면서 일각에선 신형 모닝의 조기 출시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아차의 선택은 오히려 출시를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를 높여 확실한 반격을 꾀한 것이다.

모닝과 스파크는 1월부터 뜨거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과연 2017년 ‘경차왕’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 벤츠와 BMW는 올해도 뜨거운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 왕좌 되찾기 나서는 BMW

만년 2위의 1위 도약은 경차 시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수입차시장에서도 2위의 반격이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벤츠.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는 국내 시장에서 늘 BMW 뒤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BMW는 7년 연속 수입차시장 왕좌를 지킨 ‘절대강자’였다.

벤츠는 2015년 BMW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누적판매량을 10월에 역전하면서 사상 첫 수입차 1위 등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BMW는 11월 재차 역전에 성공했고, 12월엔 격차를 벌리며 또 다시 벤츠를 따돌렸다. 2015년 BMW와 벤츠의 연간 성적표는 각각 4만7877대와 4만6994대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심기일전한 벤츠는 지난해 압도적인 행보를 보였다. BMW가 역전을 시도할 틈도 주지 않고 독주체제를 갖췄다. 그 결과 수입차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 5만대를 돌파했고, 최종 성적 5만6343대로 4만8459대의 BMW를 가뿐히 제쳤다.

하지만 벤츠와 BMW의 대결 역시 올해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알 수 없다. 벤츠는 지난해 하반기 신형 E시리즈를 출시하며 선두자리를 굳혔다. 반면 BMW는 올 상반기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보다 더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는 이유다.

▲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과 제임스김 한국지엠 사장은 올해 나란히 '사장 2년차'를 맞는다.
◇ ‘사장 2년차’ 맞는 제임스김-박동훈

세 번째 맞수 대전 관전포인트는 인물이다. 나란히 ‘사장 2년차’를 맞는 한국지엠 제임스김 사장과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제임스김 사장은 내수시장 3위 자리를 더욱 탄탄하게 지켰고, 박동훈 사장은 SM6의 성공으로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두 사람이 이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선전은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을 흔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긴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이 지난해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은 아니다. 제임스김 사장은 내수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삼았지만, 아주 아쉽게 미치지 못했다. 박동훈 사장 역시 내수시장 3위라는 거창한 목표는 달성할 수 없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3위 자리를 다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한국지엠은 18만275대, 르노삼성은 11만1101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SM6가 기세를 이어가고, 그 뒤를 QM6가 따른다 하더라도 역전이 쉽지 않은 차이다.

결국 두 사람의 경쟁은 지금의 성장세를 얼마나 더 끌어올리느냐에 있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곧 자동차업계 전반의 판도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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