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2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대가성 자금을 지원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르면 오는 14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계와 경제계의 정경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경유착이 일종의 '거래'로 자리잡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순실 모녀 자금지원 정황이 한 단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국민연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씨 모녀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부정부패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무를 역임하던 지난 2008년 2월 말,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정황이 발각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는 팽배해졌고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적 조치보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기도 하다.

정경유착 근절 대안으로 ‘리코법(RICO Act)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리코법은 미국에 실시 중인 ‘조직범죄처벌법’이다. 미국은 1970년 리코법을 도입해 마피아조직 범죄를 성공적으로 소탕했다.

리코법은 특정 조직범죄 집단 또는 재벌, 기업 등이 적법하지 못한 이득을 얻을 경우 이를 전면 몰수할 수 있다. 또 범죄로 인해 직접적 손해를 입은 사람은 3배 이상 손해배상을 받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소송을 독려하고 있다. 이 리코법을 활용해 미국은 정경유착 및 공무원 접대 등 범죄를 통제하고 있다.

리코법처럼 정경유착을 뿌리 뽑을 강력한 법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이 같은 범죄는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이도 야권에선 리코법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이 부회장의 특검 소환조사와 관련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권력 삼성과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선권력이 결탁해 국민의 재산과 이익을 해치면서 그들의 사익을 추구한 추악한 정경유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 의원은 “수십년간 반복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정경유착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한국형 ‘리코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형 리코법을 만들어 삼성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얻은 불법 수익을 국고로 전액 환수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총수의 이사 등재 비율이 1.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총수일가의 책임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재벌들의 부정부패는 비선조직을 통해 은밀하게 실행되는 점에서 범죄가 발각되더라도 꼬리자르기 형태로 빠져나가는 게 다반사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개혁’을 외치고 있는 정치권에서 진정성 있게 ‘한국형 리코법’ 도입을 논의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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