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시내 편의점에서 KT&G의 담배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 뉴시스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KT&G의 공든 탑이 무너질 모양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쳐오던 사회공헌활동에 커다란 흠집이 생길 전망이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불로이득 3300억원을 환원하겠다던 약속이 꼼수라는 비판을 받게 돼서다. 급한 불부터 끄려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담뱃세 재고차익 전액 환원” 그 실상은...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이’(재고차익)를 사회공헌 활동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최고 수준인 사회공헌 사업을 더욱 확대해 4년간 총 ‘3300억원’을 사회와 상생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2015년 4월, KT&G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다. ‘재고차익’으로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KT&G는 이 같이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재고차익이란 담뱃세 인상 전 반출한 제품을 인상 후 가격으로 판매해 얻은 수익을 말한다.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언론들은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KT&G, 재고차익 사회환원한다’는 식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 공영방송에서는 국내 담배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환원 계획을 밝히지 않는 외국계 기업들과 비교해 KT&G의 통큰 결정을 부각했다.

하지만 최근 KT&G가 흔쾌히 내걸었던 통큰 공약에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KT&G가 ‘급한 불은 피하고 보자는 식’의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KT&G는 재고 차익으로 얻은 정확한 액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단지 “향후 4년간 33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전액 환원’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여기에 당사자인 KT&G가 별다른 입장을 하지 않으면서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로부터 1년 8개월 뒤, KT&G의 당시 대응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일이 생겼다. 12일 감사원이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따르면 KT&G가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에 반출된 재고분을 인상된 금액으로 판매해 얻은 차익은 정확히 ‘33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KT&G가 재고 차익 전액을 환원하겠다는 약속은 사실 거짓말에 가깝기 때문이다.

KT&G의 2015년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약 80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T&G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KT&G가 약속한 2018년까지 3300억원의 사회 환원이 가능하다.

언뜻 약속을 지킨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KT&G가 늘상 해오던 활동의 일부이지, 담뱃세 재고차익과는 무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KT&G는 사회공헌활동 참여가 높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국내 200여개 기업들의 매출 대비 사회공헌비용이 0.19%인데 반해, KT&G는 2%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담뱃세 인상 직전인 2014년에도 매출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600억원 가량을 사회공헌에 썼다.

담뱃세 부당이득 논란 후 KT&G는 해당 분야에 200억원 가량을 더 썼을 뿐이다. 이 같은 흐름이 2년간 계속된다면 KT&G는 1000억원 가량을 더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2200억원은 고스란히 KT&G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단기간에 얼마의 금액을 사회공헌에 사용하겠다는 일시적인 내용보다는, KT&G가 그동안 사회공헌활동에 열심히 해왔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면서 “재고 차익을 통해 얻은 금액은 앞으로도 계속될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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