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구도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희망사항’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관측이다.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건재하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도 대선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항마 수준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대선 6자 대결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1.2%에 불과했다. 이는 문 전 대표(34.4%)와 3배 이상의 격차고, 반기문 전 총장(18.3%)과 비교해도 7.1% 포인트 뒤처지는 결과다.
◇ 안철수 승리 시나리오의 전제조건 셋
다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불가능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첫째는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장악, 둘째는 반 전 총장의 낙마 혹은 지지율 저하, 마지막은 결선투표제 도입이 그것이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인 국민의당 장악은 일부분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전당대회 결과, 안 전 대표의 사람으로 통하는 문병호 전 의원이 50.93%의 득표율로 수석최고위원에 올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당선이 유력했던 박지원 대표(61.58%)와의 차이는 약 10% 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의원이 박 대표를 이기는 결과도 나왔다. 안철수계 김영환 전 의원도 3위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의당 내 ‘안철수 회의론’이 상당부분 종식됐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대선에 도전할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반 전 총장을 환영하는 동시에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곧 경선에 나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즉 반 전 총장이 정치권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귀국 후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은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꽃동네를 방문해 턱받이를 자신이 차고 있던 모습이나, 방명록 문구를 준비해 그대로 옮겨 적는 모습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사소한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누적될 경우 호의적인 여론환경 조성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23만불 수수의혹이나 친동생의 기소사실도 계속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안철수 집권’의 마지막 계획이자 핵심은 결선투표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정체성 논란이나 복잡한 연대방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다자구도에서 2위를 할 경우, 양자대결 대선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만 올라간다면 개헌·반패권주의 등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킬 수 있는 프레임은 이미 다양하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자강을 주장하면서, 연대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박지원 대표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읽힌다. “국민의당이 빅텐트이자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박지원 신임 대표는 “더 큰 텐트를 치기 위해 당의 기둥을 단단히 박겠다. 우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패권정치를 종식하고 국가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활짝 문이 열린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결선투표제를 통해 국민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정책적 연합이나 연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1/11~1/12 전국 유권자 1010명 대상으로 실시. 유무선 ARS, 무선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방식 혼용.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8.8%.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