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8 21:57 (화)
[유승찬 ‘숏컷’] 반기문의 착각
[유승찬 ‘숏컷’] 반기문의 착각
  • 시사위크
  • 승인 2017.01.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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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시사위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행보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오자마자 강행군인데 뭔가 아버지 옷을 입은 초등학생처럼 어색하다.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권을 넣었다든가,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를 꺼냈다든가 하는 해프닝은 그렇다 치자. 1월의 강추위에 서울역 노숙자들을 자신의 의전을 위해 밖으로 내모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꽃동네 해프닝은 그렇다 쳐도 사상 최악의 AI파동 농가를 찾아가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뿌리는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강력한 전염성 때문에 거주자 출입마저 엄격히 제한하는 현장에 수행원과 기자들을 잔뜩 데리고 가서 농가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 한 컷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에 박근혜 대통령이 소방호스를 뿌리는 그 기이한 광경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궁금해졌다. 반기문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 단 한 번이라도 그는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책무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볼 일이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 나는 반기문에게 그 어떤 국가를 위한 진정성도, 지금의 국가위기에 대한 성찰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명예를 가방 속에 구겨넣고 왜 구태정치의 전형을 과시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론조사에 밀리니 조급증이 발동한 것인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전형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의 쇼를 관람할 여유가 없다. 그가 귀국하는 날 이재용이 특검에 소환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는 아는가.

국가기관에 의한 전방위 블랙리스트가 자유주의 가치를 송두리째 위협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주저함이 있거나, 생각한 것을 말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나라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적으로 전체주의라고 불렀다. 나아가 대통령과 재벌총수가 거래를 하는 사상 최악의 정경유착마저 특검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그 거래에 국민연금이 악용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패 기득권세력의 전횡이 국가권력을 유린하고 국민세금을 약탈한 것이다.

반기문은 이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메시지를 낸 적이 있나.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생명이 이유도 모른 채 스러졌을 때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온갖 관직을 누려온 기득권자로서 슬픔과 참회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나. 이제 와서 그 수많은 일정 가운데 하나로 팽목항을 찾으면 책임을 다하는 것인가.

예상됐던 언론의 호들갑은 아주 빠르게 국정농단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검증’을 해야 할 시간에 ‘중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온갖 비행에 눈감으면서 사상 최악의 정치스캔들을 방조한 바로 그 관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귀국 이후 0.7% 상승한 반기문의 지지율을 보도하면서 ‘가파른 상승’, ‘반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언론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지 않은가. 귀국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고 써야 맞는 것 아닌가.

정치권의 기득권자들이 벌이는 행태는 더 한심하다. 온갖 종류의 연대론으로 국가위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무엇을 위해 연대할 것인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에 대한 어떤 비전제시도 없이 연대를 통해 권력의 한 자락이라도 차지하려는 욕망을 부끄러움도 없이 드러내고 있다. 반기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연대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번 대선 뒤에 정치의 뒤안길로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반기문의 세력은 기껏 잘 봐줘야 이명박 정부에 충성했던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반기문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연장이다.

박근혜 게이트는 지난 보수정권 10년의 최종 보고서다.

국민들은 그들이 아무리 타락했어도 경제와 안보는 유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정권을 맡겼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부패와 무능의 극치였다. 자칭 보수는 수구 기득권의 다른 이름이었으며, 부패사슬의 이념 코스프레였음이 드러났다. 보수는 깨끗하지도 않았고 공정하지도 않았고 나아가 애국적이지도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도 무능했고, 경제는 망가졌으며 안보위기는 더 심화됐다. 천문학적인 국방비리는 현 단계 보수를 규정하는 가장 상징적인 범죄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를 통해 부패구체제를 청산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초석을 놓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국가의 기본,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자율, 공정, 책임의 정신을 구현하는 역사적인 선거가 돼야 한다.

1000만 촛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권교체 의지를 키웠다. 반기문의 낡은 이미지 캠페인을 보려고 국민이 광장에 나온 것이 아니다. 반기문이 지금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때를 잘못 고른 것이고, 초심으로 국가를 위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더 큰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정치교체’라는 레토릭은 수없이 존재해 왔고 누구든 말할 수 있으나 적어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반기문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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