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전당대회를 끝낸 국민의당이 또 다시 ‘박지원 흔들기’에 삐걱대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박지원 대 반(反)박지원’ 구도를 형성했었다. 박지원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에도 친안계와 반박지원계의 지도부 입성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표의 등가성 문제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지역편중이 심화된 상황에선 어떠한 이변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 당이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게 개혁이고 대선 전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당원이 많은 당의 특성상 호남계 후보자에게 표가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박 대표의 ‘빅텐트론’에 대해서도 “빅텐트는 당 밖에 텐트를 친다는 것을 전제한다. 지금 상황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빅텐트론을 주장할 경우 당의 자강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며 “빅텐트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대표가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 “국민의당이 빅텐트이고 플랫폼이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것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말씀드렸다”며 “선거결과에 완벽히 승복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박 대표를 비롯해 문병호·김영환·황주홍·손금주 최고위원으로 구성됐다. 이중에서 문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호남 재선 의원인 황 최고위원은 박 대표를 향해 ‘원맨쇼’라고 비판하는 등 박 대표와 줄곧 각을 세워왔다.

이 때문인지 ‘박지원 체제’로 본격적인 조기대선 대비 체제를 갖춰나가려던 국민의당도 삐걱대는 모양새다. 전날(16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황 최고위원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않은 박 대표를 향해 “중요한 문제를 저희한테 상의 없이 첫 공식일정으로 한 것은 유감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박지원식 돌파구가 궁금하다”는 사회자의 질의에 웃으며 “박지원식 돌파구는 없다. 시작부터 얻어터지고 하니까 없죠”라고 쓴웃음 섞인 농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