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출사표 격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가 17일 출간됐다. 지난 2011년 정치입문의 계기를 설명했던 '운명'과 몇몇 차이점이 주목된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가 17일 출간됐다. 촛불집회에 대한 진단부터 개헌·경제민주화·최순실게이트·사드 등 현 정치현안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생각이 총망라됐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출사표’ 격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책을 통해 읽히는 주요 특징은 ‘문재인’이라는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치입문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2011년 펴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자서전 ‘운명’에서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관찰자로서 개인적 인연과 참여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위치에 섰다. 그러면서 친구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보수기득권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자서전 ‘운명’에는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던 2009년 5월 23일 ‘그 날’은 그렇게 시작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괴롭게 받아들이는 자신을 표현한 바 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문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노무현의 죽음이었고, 대선출마 추동력의 근간에는 ‘복수심’이 자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출간된 대담집은 달랐다. 중간중간 노 전 대통령의 향수가 묻어났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개인적 측면보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적 측면이 강조됐다. 무엇보다 6.25 전쟁통에 흥남부두를 떠나 거제에 뿌리를 내렸던 문 전 대표 자신의 가정사가 앞부분을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굶주림에 지쳐 철조망 울타리의 구리매듭을 풀어 엿을 바꿔 먹었던 일화, 낚시꾼들이 미끼로 쓰는 ‘혼무시’라는 갯지렁이를 잡기 위해 물질을 했던 이야기도 언급된다. 공산주의와 북한을 피해 피난을 해야만 했던 가정사를 강조함과 동시에, 60대 이상 노년층의 감수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지난 책은 노 대통령과 함께 해온 저의 삶을 회상하면서 노 대통령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지금은 그런 목적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기 쉽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더라도 일방적으로 정치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된다. 책을 통해서 나마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정사와 성장기에 대한 대담이 끝나면, 책은 곧바로 박근혜 정부와 촛불정국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생각으로 넘어간다. “박근혜게이트에 국민이 분노하고 참담해하고 허탈해하는 이유는 우리가 정해놓은 법과 상식이 슈퍼갑이라는 특수권력에 의해 농락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문 전 대표는 “진실을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비인간적 모습에 (국민들이) 질려버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선출마와 국가 대개혁의 출발점을 이 지점으로 잡았다. 지난 대선출마 계기가 ‘노무현의 죽음’이고 동력이 ‘복수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게이트’가 계기이고 동력은 ‘촛불민심’으로 변화된 셈이다.

자연히 책은 촛불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문 전 대표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으로 이어졌다. 사드에 대한 생각, 기득권 해체를 위한 ‘대청소’, 금융민주화, 내각제를 포함한 개헌, 섀도 캐피닛 등 참여정부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웠다. 문 전 대표는 “지난번 대선 때도 나름대로는 많이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선에 떨어진 뒤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며 “이제는 가야할 길이 분명히 보인다”고 강조했다.

책의 말미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국가 대개조, 적폐 청산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 3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수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지난 총선에 안 나갔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정치인생은 그것으로 끝이다. 3수는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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