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공식 취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효성그룹이 3세 ‘조현준 시대’를 열어젖힌 가운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조현준 회장은 지난 16일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은 자신의 할아버지인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선대회장의 기일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생일이었다. 조현준 회장은 할아버지 선영을 찾아 추모식을 가진 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로 이동해 취임을 진행했다.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총수 등극은 당초 예상 및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른 편이다. 조현준 회장은 1968년생이다. 최근 구속 위기에 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이 그와 동갑이다. 재계 젊은 경영인 중에서도 단연 앞서가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여기엔 조석래 전 회장의 건강악화 및 재판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준비된 젊은 총수…100년 효성을 꿈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회장 직함을 달게 됐지만, 조현준 회장은 ‘준비된 총수’다. 조석래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고, 경영능력은 ‘숫자’로 입증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이 진두지휘한 2015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 80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진입을 예약한 상태다.

또한 2007년부터 조현준 회장이 맡아온 섬유사업부문은 2010년 만년 2위를 벗어나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현재도 효성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베트남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취임식에서 강조한 것은 ‘미래’다. 효성그룹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청과 자유로운 소통,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혁신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젊은 총수답게 ‘현장행보’도 빼놓지 않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취임식에 앞서 울산공장과 구미, 창원 등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 조현준 회장은 이미 그룹의 실질적 총수로서 좋은 경영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뉴시스>
◇ 도덕성 논란 탈피 급선무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이 기대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먼저 도덕성 논란이다. 조현준 회장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카드 대금 16억원을 법인을 통해 결제한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국세청이 발표한 해외계좌 신고의무 위반 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2013년 64억7200만원에 달하는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단순누락이었으며, 이후 세금 납부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는 없었다.

가족과의 갈등 또한 도덕성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바로 아랫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과의 갈등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형 조현준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9명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세태가 반영된 ‘수저계급론’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회장자리를 물려받은 그는 10대에 불과한 두 자녀가 나란히 15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그간 휩싸인 도덕성 논란은 구시대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재벌들의 구태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현준 회장 역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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