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미떼 핫초코 마시멜로팩’ 표절 의혹 휩싸여
수제 마시멜로 작가의 제품 디자인 및 콘셉트 거의 흡사 지적

▲ 멜로잉 수제 '토끼 마시멜로'(왼쪽)와 미떼 '핫초코 마시멜로팩' 제품.<멜로잉 인스타그램/동서식품>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토끼모양 마시멜로를 동동 띄운 핫초코. 귀여운 디자인과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서식품 미떼의 신제품 ‘핫초코 마시멜로팩’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수제 마시멜로 작가 멜로잉의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이 거의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업체는 사실무근을 주장했지만, 청년창업자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경쟁 행태에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다.

◇ 청년 창업자 “전화문의 후 비슷한 제품 내놔”

동서식품이 올 겨울 출시한 ‘미떼 핫초코 마시멜로팩’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기존 핫초코 오리지널에 토끼모양 마시멜로가 들어간 단순한 구성이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이미 핫초코에 마시멜로를 동동 띄워 녹여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SNS에 수차례 올라오는 등 귀여운 디자인이 반향을 얻고 있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올 겨울 한정판매되는 제품이다. 적은 수량을 생산해 올 겨울에만 소량 판매하는 기획제품이다. 정규제품으로 만들 계획은 없다. 화제성 및 소비자 경험을 겨냥한 이벤트성 리뉴얼 제품이라는 것이다.

제품 화제성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탓일까. 제품의 핵심인 토끼모양 마시멜로가 한 청년 창업가의 디자인 도용을 통해 탄생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16일 수제 마시멜로 작가 멜로잉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토끼모양 마시멜로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멜로잉에 따르면 최근 참가한 한 디저트 박람회에서 토끼모양 마시멜로를 공개한 이후 한 대기업의 핫초코 마시멜로 세트가 출시됐다. 멜로잉은 “전화로 한 핫초코 업체에서 CF촬영 때문에 토끼 마시멜로우가 한 개만 급하게 필요하다고 문의를 해왔다”며 “우리는 시즌마다 디자인이 바뀌고, 당시 예약된 스케줄이 꽉 차 못해드렸다”고 밝혔다.

한참 후 해당 업체가 디자인만 살짝 바꿔 토끼 마시멜로를 중국에서 찍어와 핫초코세트로 판매했다는 것이 멜로잉 측 주장이다. 당시 발렌타인 마시멜로 세트를 구상 중이던 멜로잉은 결국 세트상품 출시를 포기했다.

◇ 토끼 마시멜로우 콘셉트 유사… 동서식품 “사실무근”

멜로잉은 인스타그램 글에서 어떤 업체가 디자인을 따라 했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핫초코 업체 중 토끼 마시멜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사실상 동서식품뿐이라, 웹상에서는 동서식품이 이번 논란의 당사자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이미 동서식품에 대한 비판여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해당 디자인은 외주업체에서 제안한 다양한 안에서 하나를 택한 것”이라며 “디자인 확정은 작년 초에 마무리됐고 생산 및 CF도 사전에 끝나, 해당 작가분이 말씀하는 시점과는 전혀 맞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관련자가 전화 등으로 (해당 작가와) 접촉한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사실 디자인 표절 논란은 식품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자체 연구개발보다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이른바 ‘미투(Me too)’상품을 쏟아내는데 열을 올리는 것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2014년 국내 대표 식품업체 중 가장 적은 R&D 비용을 썼다. 연구개발비 6억6719만원은 매출액 대비 0.13%에 그쳤다. 자체 개발에 취약한 모습이 표절 논란에 불을 붙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멜로잉은 “몇 년간 혼자 고민하고 밤새워가며 만들어온 제품이 한 순간에, 너무 슬프다”며 “열심히 준비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 바꿔서 내놓는 것이 속상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진 해시태그에는 ‘#이것이대기업의#슬픔#청년창업#소상공인#죽이기’라는 멘트가 이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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