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T '기가 지니'와 SK텔레콤 '누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KT가 국내 이통사 중 두 번째로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에 비해 5개월 늦었지만, 영상과 결합해 차별화를 이뤘다.

특히 IPTV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KT가 유료방송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초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제품으로, 이는 지난해 8월말 SK텔레콤이 출시한 ‘누구’와 유사하다.

즉, 양사 제품 모두 ‘지니야’ 또는 ‘아리야’ 라는 호출어를 먼저 부르고 뒤이어 “오늘 날씨 어때” “뉴스 틀어줘” 등의 요구사항을 말하면 이를 이행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곳곳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 보인다. KT는 ‘기가 지니’에 세계적인 음향전문기업 하만카돈과 협업한 스피커와 600만 화소 수준의 캠코더를 장착했다.

또 IPTV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제작해 시청각 AI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올림으로써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물론 SK텔레콤의 ‘누구’도 SK브로드밴드와 연동해 TV채널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브로드밴드의 IPTV 셋톱박스를 조정하는 수준이다. KT ‘기가 지니’는 한걸음 더 나가 영상을 통한 날씨, 스케줄 확인, 통화 등이 가능하다.

여기엔 KT의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가 유료방송시장 1위 업체인 만큼 IPTV 셋톱박스 형식으로 AI기기를 배포한다면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 또 인공지능 기능의 셋톱박스를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IPTV 가입자의 락인효과(소비자를 묶어두는 것)를 을 기대할 수 있다.

기가 지니의 단품 출고가는 29만9000원이지만, 올레tv 시청을 3년 약정할 경우 월 6600원의 임대료만 내면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올레TV UHD 셋톱박스’의 3년 약정 임대료가 월 4400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월 2200원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받는 셈이다.

강국현 KT 마케팅 부문장은 “(연간) 셋톱박스 판매만 120만대가 넘는다”며 “가입자 확보는 충분히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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