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서울 강남구 동원산업빌딩에서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동원참치를 '2013년 최악의 참치캔 수상 회사'로 선정하며 트로피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동원참치 관계자들이 트로피를 치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물가 상승 도미노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참치캔 시장 1위 동원F&B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설 연휴 직후부터 오를 참치캔 가격을 두고 “시류에 편승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 오로지 오르막길… 내리막길 없는 그 이름 ‘물가’

서민들의 식탁이 휘청거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물가 인상 소식에 “장보기 겁난다”는 주부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가격인상이 연말연초마다 이뤄지면서 이제는 연례 행사처럼 된 지 오래지만, 올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계란, 채소, 라면, 주류, 과자 등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문지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남편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푸념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또 있다. 물가 상승의 배경이 개운치 않아서다. 기업들은 저마다 입을 맞춘 듯 “원재료 상승, 한파, 조류독감 때문”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혹시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떨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요즘 물가 기분 나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장삼이사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일이 또 전해졌다. 국민 식재료인 참치캔마저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12일 국내 참치캔 시장 1위(점유율 70%) 동원F&B는 “오는 31일부터 참치캔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재료인 가다랑어 값의 상승을 들었다.

하지만 동원 측이 밝힌 근거는 궁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다. 참치원어의 가격이 최근 상승세인 건 사실이나, 이는 2013년 무렵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라는 것이다. 2014년과 2015년 하향 곡선을 보이던 참치원어의 값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 뿐, 실제 가격이 오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경 참치원어의 가격은 kg당 6652원대를 형성했다. 이후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014년과 2015년에는 4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린 참치원어의 가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728원까지 회복했다.

▲ 통조림용과 횟감용 등을 포함한 참치원어의 가격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원재료 가격 하락은 동원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F&B에서 참치캔 사업을 담당하는 일반식품부문의 영업이익은 2013년 약 359억원(3분기 누적기준)에서 2014년에 약 598억원으로 늘어났다. 1년 만에 65%이상 증가한 셈이다. 원가 하락 흐름이 계속된 2015년(3분기 누적기준) 역시 6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익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업체가 주장하는 참치원어 가격인상과 수익성 악화는 과거 원재료가격 하락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한데 따른 반대효과”라며 “원가절감 요인이 있을 때에는 가격반영에 소극적이면서 원료 값이 오르자 즉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 시기에 편승해 제품가격을 올리려는 게 아닌지 강한 의혹이 제기 된다”고 주장했다.

◇ 사회 분위기 편승한 기회주의적 발상… “판관비 반영한 것. 사실과 달라”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동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참치원어인 가다랑어 가격 외에 운반비와 인건비 등 5% 가량 오른 판매관리비를 반영해 참치캔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체가 주장한 참치원어의 가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동원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가 배포한 자료에 나온 참치원어의 가격은 ‘참치캔’의 원재료인 가다랑어 외에도 ‘횟감용’ 참치의 가격까지 포함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이 떨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액면가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변동 폭은 소비자 단체가 제시한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재료 값 하락이 제품 가격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14년과 2015년 출고가를 13%가까이 낮췄으며, 다양한 할인행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또 “일반식품부에서 참치캔이 차지하는 부분은 25%에 불과해, 원재료 가격 하락의 혜택은 실제 영업익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교육원▲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교육중앙회 등 10개 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소비자운동 N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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