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정 전 총리가 사실상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9일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치렀다. 이를 기점으로 정운찬 전 총리의 대선 발걸음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정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던 국민의당은 ‘정운찬 영입작전’을 펼쳤다. 당내 대선 후보군 ‘고갈’에 시달리던 국민의당이 정 전 총리의 영입으로 이목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신의 저서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갖고 “대한민국을 동반성장국가로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있다”며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행사장 입구는 정 전 총리와 악수를 하려는 지지자들로 붐볐다. 행사가 열린 1층 홀은 일찍부터 꽉 들어찼고 좌석이 부족해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많았다.

정치인들도 총출동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조배숙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천정배·정동영·김성식 의원이 참석했다. 박지원 대표는 “우리 의원총회를 여기서 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과 이재오·최병국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 등 친이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정 전 총리를 향한 국민의당의 ‘현장 러브콜’은 노골적이고 분명했다. 박지원 대표는 축사에서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과 국민의당의 공정성장은 맥을 같이 한다”면서 “정 전 총리는 열려있는 분이고 우리 국민의당도 열린 정당이다. 반드시 국민의당에 오셔서 꼭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정 전 총리가 꼭 국민의당에 오셔서 맘에 들면 앞으로 추대까지 고려해보도록 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출정식 축하드린다”면서 “지금 있는 정당 중엔 정 전 총리와 색깔이 비슷한 동네가 제가 몸담고 있는 당 같다. 출정식 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시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미소와 박수로 답했다.

◇ 국민의당, ‘정운찬 카드’로 제2의 녹색돌풍 기대

▲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출판기념회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은 ‘영입카드 1호’로 고려했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정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 영입에 대해 “우리 국민의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고 한 바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안철수 대세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의 독주로 당내 대선 후보군이 좁아졌고, 조기대선 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운찬 카드’로 승부수를 띄워보려는 시도다. 후발주자인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게 되면 흥행돌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 좀 줄어든 측면이 있지 않느냐. 안 전 대표가 (경선에서) 이기면 큰 바람이 불지 않겠지만 정 전 총리는 다르다”며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들어와 안 전 대표를 잡으면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봤다. 이대로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실전’에서 큰 주목을 끌기 힘들지만, 정 전 총리가 될 경우 4·13 총선 때처럼 ‘제2의 녹색돌풍’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전 총리는 당장 어느 정당에 합류하기 보다는 일단 호흡을 가다듬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판기념회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동반성장에 대해서 뜻을 같이하고 연합했을 때 저쪽도 좋고 나도 좋을 때 연합할 수 있다”면서 “(무소속으로) 혼자 할 수도 있고 기존 정당과 함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가 힘이 없다. 시간도 없고”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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