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카이스트 강연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버럭 화를 냈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묻는 기자를 향해 “나쁜놈들”이라고까지 말했다. 계기는 ‘한일 위안부 협상’이었으나 자신의 행보를 희화화 시켰던 데 대한 섭섭함도 녹아 있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편한 심기는 19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특강을 마치고 이동하는 중간 위안부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반 전 총장은 참지 않았다. 질문을 한 기자를 가리키며 “어제 길게 답변을 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시작은 18일 저녁 대구의 청년리더들과의 ‘삼겹살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안부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반 전 총장은 “똑같은 질문을 수백명이 같이 한다. 같은 질문을 계속하니 되풀이해서 얘기하는 것도 힘들다”며 “위안부에 관해 제가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 남을 어렵게 만들고 오해를 만들고 만든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또한 ‘1일 1논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언론에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은 파리에 가서 전철 끊을 때 금방할 수 있나. 그걸 못하냐고 비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나. 약간의 애교로도 봐줄 수 있다”며 “가짜뉴스로 남을 헐뜯어 기쁨을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각종 논란에 반 전 총장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 자리가 처음이다.

사실 ‘꽃동네 턱받이’ ‘퇴주잔’ 등 일부 논란들은 가혹했던 측면이 있다. 지엽적인 내용이나 사소한 실수를 크게 확대해 논란을 재생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좌조직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행보를 강행한 것 역시 논란을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행보를 통한 메시지 전달도 쉽지 않고, 취재과정에서도 혼란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셈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의 행보에도 꽃길 보다는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기자들과의 ‘치맥 간담회’에서 ‘당이 없으니 돈, 세력, 경험이 부족해 아주 힘들다’며 현존 정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면서 “돈이 없어서 당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반 전 총장이 특정정당에 입당을 결정했을 때 그 명분을 퇴색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19일에는 아예 ‘바른정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확정적인 보도도 나왔다. 양 당사자 모두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으나, 외곽에서 몸값을 키우며 상황을 지켜보려던 당초 계획에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돈이 없어서 정당으로 가야 된다는 것은 정말 첫 단추를 엄청나게 잘못 끼운 것이다. 스스로를 완전히 왜소화 시켜버린 것”이라며 “갈 곳이라고는 바른정당 밖에 없는데 바른정당은 새누리당 시즌 투다. 정치교체를 한다고 하고는 자기 스스로가 또다른 이름의 여권후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패착”이라고 혹평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