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한반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1톤에 달하는 한국산 화장품과 양변기 등을 반품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산 광섬유에 관세를 5년 더 부과하기로 하는 등 중국당국이 보복조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량에는 중국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치도 내려졌다.

물론 중국 정부는 경제보복이라는 점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부인했다. “법이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FTA 공동위원회 회의에서도 중국은 우리 정부의 이의제기에 “(WTO 무역규정을 위배한) 차별적 조치는 아니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외교적 마찰을 겪고 있는 국가의 생산품에 ‘비관세장벽’을 높여 경제적 보복을 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당장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의 조치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손해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19일 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사드 관련 콘텐츠 업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으로 인해 콘텐츠 기업 80.6%(응답기업 160개)가 중국과의 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58개 기업은 계약해지 등 직접적인 손실까지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규모는 기업별로 작게는 1억원에서 크게는 20억원까지 달했다.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던 정부의 관측은 결과적으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방법 ▲교역품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 ▲한한령 등 한류문화 편성을 제한하는 방법 ▲한국행 관광객을 줄이는 방법 등이다. 방영예정이었던 한류 드라마가 돌연 취소되거나, 제주도 내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20%가량 줄어들었다는 점은 이 같은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장품이나 양변기, 광섬유 등에 대한 반품 역시 규제강화를 통한 보복조치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이 같은 경제보복이 앞으로 더욱 노골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압박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차기정부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를 가속하지 말고 해결점을 찾자”고 했다.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사드와 경제문제를 분리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차기 대선주자들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를 안보이슈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경제해법도 맞물려서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는 30%가 넘는다. 사드찬성론자는 중국의존도 탈피와 수출다변화 대안이, 사드반대론자는 보다 분명한 북핵문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까지 대선주자들의 사드관련 입장은 안보관 측면에서만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안보보수를 자처하는 유승민 의원과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 사드배치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섰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다소 모호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국민의당의 원론적 입장과 비슷한 위치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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