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정 전 총리는 저서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를 출간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판에 뛰어들었다. 2007년 처음 대선주자로 거론된 지 10년 만에 정 전 총리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저서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동반성장’을 중심으로 일자리·복지·남북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정 전 총리의 생각이 담겼다. 사실상 정 전 총리의 ‘공약집’으로 볼 수 있다.

정 전 총리의 강점은 분명하다. 바로 경제다. 경제학 박사인 정 전 총리는 ‘경제학원론’의 저자이자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면서 야권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동반성장 전도사’ 이미지를 굳혔다. 2012년부터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창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 철학은 저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주요 구상을 살펴보면, 정 전 총리는 낙수효과와 신자유주의적 성장모델을 거부하고 고용·임금·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동반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현실화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생활임금 ▲노·사·정·시민사회 사회협약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의 적합업종 선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전 총리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우리 현실을 고려해 기초연금·청년수당·아동수당처럼 특정 연령 및 계층에 한정해서 지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사회적 빈곤선이라는 소득 하위 40%의 사람들에게 먼저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면 지금의 예산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자리 문제’ 해결책이다. 정 전 총리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을 하는 ‘장소’가 아니라 ‘업무’가 중심이 되는 사고방식을 갖자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사무직의 경우는 굳이 사무실에서만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택근무 혹은 인근 로컬 오피스를 공유하는 방법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 낭비와 ‘경력단절 여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 휴식제’도 제안했다. ‘안식년’ 제도를 응용해 노동현장 전반에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대학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안식년 제도를 활용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보자고 주장한다.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안식월+α’를 주고 이를 시행하는 직장에는 인력 당 4대보험 혜택이나 ‘좋은 직장 인증’ 등을 통해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정 전 총리는 “한국사회는 지쳐있다. 휴식 없이 일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기 마련”이라며 “오래 걸리겠지만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남북문제 역시 동반성장의 철학으로 풀자고 제안한다. 개성공단의 재개는 물론 남북한 밀접 지역을 중심으로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전 총리는 “현재의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경제교류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경제체제가 변화하면 정치체제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체제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주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공정성장’이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물론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제’ 등과도 맥이 닿아있다. 정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따라 조기대선 판세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