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각종 안전대책에도 불구하고 14명의 산재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14명의 산재 사망자를 낳은 현대중공업이 올해 최우선 과제를 ‘안전’으로 꼽은 가운데, 여전히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경영의 최우선은 안전한 일터 만들기”라고 밝히며 여러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장 강조한 내용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내협력사에 대해 ‘전담 안전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내협력사는 173곳이며, 매월 최대 2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중공업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사내협력사의 전담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화를 적용할 방침이다.

전담 안전 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 요건 충족자, 안전관련 자격증 보유자 등 자격 요건에 따라 선발되며, 사고 발생시 응급처치는 물론, 작업환경 개선, 사고 위험 지역 안전점검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법이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의 경우, 도급사업장도 근로자가 50명이 넘으면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또한 도급사업장이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면, 원청은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도 규정에 있다.

다만, 안전관리자가 다른 일을 겸하지 않도록 하고,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 정도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지원에 투입할 자금은 연간 최대 41억5200만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준법을 강화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두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본질 외면한 안전대책 의미 없어”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안전교육에 최첨단 VR을 동종업계 최초로 도입하고, 안전·보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회’가 본격 활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내실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안전교육에 VR을 몇 개나 도입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아직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최고 전문가’라 칭한 자문위원회가 어떤 인물로 구성되는지에 대해서도 “개인 신상 관련 내용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남신 소장은 “여전히 근본적인, 그리고 핵심적인 안전 대책은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본질은 바로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효율성과 비용절감, 책임회피에 방점이 찍힌 외주화 구조가 근로자들을 죽음의 위기로 내모는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자체적으로 공장가동을 멈추고 ‘안전 대토론회’를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안전관리종합대책’을 수립했다. 7월부터는 ‘안전 절대수칙’도 시행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매달 계속됐고, 연간 14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남겼다. 실효성이 떨어지고, 본질과 거리가 먼 대책만 내놓은 결과였다.

이남신 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 어떤 안전대책도 궁여지책에 불과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새롭게 사장 자리에 오른 강환구 사장은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과 원칙의 안전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그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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