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제화 본사.<네이버 거리뷰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금강제화 오너일가의 지극한 ‘남매사랑’이 눈길을 끈다.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창업주 3세 김정훈 부사장이 두 여동생의 개인회사에 수차례 자금대여를 해주고 있어서다. 정작 주주배당은 10년간 한 번도 하지 않는 등 이중적 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 ‘대여’ ‘보증’ ‘담보’… 풀코스 자금지원

금강제화그룹의 남매들이 끈끈한 우애(?)를 자랑하고 있다. 오빠 김정훈 부사장이 여동생 2명의 개인회사에 그룹 차원의 자금을 수차례 지원한 것이다. 그룹 지배 정점인 지주사 금화(부동산 임대업 및 핸드백 제조업)의 지분 81.85%를 김 부사장이 보유하는 등 오너 3세의 승계구도가 정리되면서 동생 회사를 ‘후방지원’하는데 열심인 모양새다.

여동생 김현지·김현정 씨는 개인회사 ‘카메오’와 ‘기운’의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다. 카메오는 금강제화 여성브랜드 전문 생산 회사고, 기운은 부동산 임대 및 여성의류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금강제화그룹과 지분관계는 없으나, ‘특수관계법인’으로서 거래가 활발하다.

금화와 금강을 지배하고 있는 김 부사장은 수년 째 두 여동생의 회사에 활발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20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직전연도 7월~당해연도 6월) 사업회사 금강은 카메오와 기운에 각각 455억원과 55억원을 대여해줬다. 지주사 금화 역시 2015년 각각 53억원과 35억원을 빌려줬다.

단순 자금 대여뿐만 아니라 지급보증과 담보제공에도 아낌이 없었다. 작년 6월 금강은 카메오에 216억원의 지급보증과 104억원의 토지 담보를 제공했다. 같은 기간, 금화는 132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기운도 2015년 금강으로부터 26억원의 연대보증과 181억원의 담보를 제공받았다.

그룹 주력사의 후광에 힘입은 카메오는 지난해 금융권에서 285억원이란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기운은 2015년 133억원을 대출 받았다. 카메오는 작년 6월 기준 영업이익이 18억, 기운은 2015년 기준 영업이익이 4억원에 불과해,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 100억이 넘는 대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 10년간 배당 ‘0’… 주주는 ‘들러리?’

문제는 자금 대출 시 이자율이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카메오와 기운은 금강제화그룹으로부터 각각 2.79%, 2.81% 이자로 자금을 빌렸다. 법인 및 특수관계인간 대여금 거래는 세법에서 정한 ‘당좌대출이자율’을 주로 적용한다.

작년 3월 당좌대출이자율은 6.9%에서 4.6%로 비율이 하향 조정됐으나, 두 회사의 이자율은 낮아진 법정 이자율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수관계인과의 자금 대여 시 대출이자가 과도하게 낮거나 높을 경우엔 부당한 이득을 준 것으로 판단해, 향후 세금을 추징당할 우려가 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이자율을 산정한 결과다”라며 “정확한 산출방법 등은 따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작 김정훈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금화는 최근 10년간 주주 배당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해마다 곳간에 누적되는 잉여금이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오너 여동생 회사의 성장 발판으로 투입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기간, 금강도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 해마다 발생하는 순이익은 이익잉여금으로 적립됐다. 2015년 말 기준 금화와 금강의 이익잉여금은 각각 1300억원, 1605억원이다. 자본총계는 각각 1470억원, 2283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관계사 카메오는 지난해 5억원의 배당을 첫 실시했다. 6억6335만원의 순이익 가운데 75%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배당금은 대주주인 김현지 씨에게 전액 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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