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호텔신라 관련주들이 폭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호텔신라의 최근 주가 변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세를 기록하던 주가가 최근 ‘반짝 상승’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조사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는 점에서 ‘이재용 효과’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 이재용 영장기각… 주저앉은 호텔신라 주가

호텔신라는 지난해 3월 초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하향세를 보였다. 11일에는 장중 4만505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갈등에 따른 여파로 분석했다. 호텔신라 주가의 키라고 볼 수 있는 중국 관광객 제한 우려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화는 13일부터 감지됐다. 1월 9일 이후 5거래일만인 반등한 것이다. 13일 호텔신라는 전날 보다 2.88%(1300원) 오른 4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17일을 제외하고 16일, 18일까지 3거래일 동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설을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점 매출확대 기대가 커진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호텔신라 주가가 ‘반응’을 한 시기가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소환 △구속영장 청구 등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호텔신라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된 다음날(13일)을 시작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좌측 빨간박스),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18일(가운데 빨간박스) 주가가 치솟았다가, 영장이 기가된 19일(우측 빨간박스) 4.75%나 빠지면서 폭락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 것은 지난 12일. 다음날인 13일 호텔신라는 전날대비 2.88% 오르며 4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에도 1.72%(800원) 오른 4만73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호텔신라는 오후 1시 40분께 급격하게 요동치며 치솟았는데,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한 지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18일에도 호텔신라는 전일 대비 2.76%(1300원) 오른 4만8450원에 장을 마쳤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영향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공백을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대신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란 풀이다. 블룸버그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조사와 관련 “삼성 이씨 가문에서 경영권 대체가 이뤄질 수 있으며, 유력한 대상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라고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호텔신라 관련주들이 주저앉은 것을 두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난 19일, 호텔신라 주가가 전날 종가보다 4.75%나 빠지면서 이 같은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호텔신라 우선주인 호텔신라우 주가는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종가보다 9850원(19.66%) 하락한 4만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우는 16일 20% 폭등한 뒤 최근 3거래일 동안 60% 이상 급등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호텔신라 관련주들이 주저앉은 것인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증권가에선 기업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이익과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대기업 오너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기점으로 그룹주가 전체적으로 중립 이하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200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구속될 때나 2011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법정 다툼이 길어질 때처럼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텔신라는 20일, 전일대비 0.33% 빠진 4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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