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해외건설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바닥을 찍었던 국제 유가가 최근 반등세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건설사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서서다. 전담기구 신설과 관련 펀드 조성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수주난 타개를 위한 활로가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 OPEC 감산 합의… 상반기 유가 상승 전망세 뚜렷

우려는 현실이 됐다. 끝끝내 해외건설 수주의 마지노선인 300억달러 선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282억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건설업체들이 해외 수주에서 300억달러 달성에 실패한 건 2006년 후 10년만이다.

붉은 닭의 기운을 가졌다는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신년 첫 달부터 메말랐던 해외건설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해외실적 부진에 직접 작용한 장기화된 저유가 기조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배럴당 30~40달러에 거래되던 두바이 유는 지난해 말부터 50달러대로 진입했다.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는 지난 6일 1년 만에 최고치(54.81달러)를 찍기도 했다. 등락 흐름은 지속되고 있지만 확실히 바닥은 탈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유가는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OPEC 산유국들이 올해 상반기 감산에 합의하면서 기름 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감산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하반기 상황은 불투명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예측에 따르면 하반기 미국 셰일 오일의 대량 유입이 예정돼 있어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해외건설 시장이 호전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전담기구 설립이다. 국토부는 해외건설 지원 전담기구를 만들어 시장 개척에 애를 먹고 있는 건설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열린 ‘해외건설 수주플랫폼’ 회의는 기구 설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수주플랫폼’ 회의 개최… 민관 손잡고 '전담기구' 설립 분주

실무회의 성격의 이날 자리에서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은 지원기구의 방향성과 운영방식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구는 민간보다는 정부 주도하의 공공성이 강화된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중동 쪽 발주처들이 외국의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신용도를 우선한다는 점을 염두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기업 홀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건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향후 설립될 전담기구는 정부 사이드에 두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구는 당초 알려진 미국 벡텔 보다는 일본 모델인 JOIN(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JOIN은 2014년 일본 정부와 현지 기업이 54억엔씩 출자해 만든 해외인프라 전문 시행기구다.

이와 함께 사업초기 모험적 투자를 한다는 의미를 담아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로 명명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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