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구본무 회장.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LG그룹이 반도체 관련 업체 LG실트론을 정리한다.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반도체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구본무 회장이 시스템 반도체에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LG그룹은 지난 23일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제조 계열사 LG실트론의 보유 지분 전량(3418만1410주, 51%)을 SK에 매각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1만8139원에 매각되며, 총 거래액은 6200억원이다.

LG그룹의 이번 매각은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신성장동력에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최근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 증대로 올해부터 LG실트론의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지만, LG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LG실트론을 정리할 이유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LG실트론이 그룹 내 계열사들과 거래한 액수는 143억원에 불과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며 "(그룹이 추구하는 방향과) 연관성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LG그룹의 매각에 구본무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꿈을 접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LG그룹은 1989년 LG반도체의 전신 ‘금성일렉트론’ 설립하고, 이듬해 동부그룹에서 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99년 김대중 정권의 강요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겼다. 업계에선 구본무 회장이 이 일을 계기로 빅딜 안을 냈던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LG그룹은 LG실트론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반도체 사업 재진출설에 시달려왔다. 이번 매각으로 구 회장이 28년 만에 과거 반도체 사업들을 정리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LG그룹이 최근 반도체 설계 계열사 실리콘웍스에 변화를 준 점을 고려하면,  구 회장이 시스템 반도체로 시선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그룹이 2014년 인수한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생산은 위탁을 통해 진행된다. LG그룹은 지난해 실리콘웍스의 조직을 개편하고, 신임 CEO를 선임키로 했다. 새로운 대표는 LG전자에서 17년간 근무한 손보익 CTO SIC 센터장이다. 2년간 잠잠하던 조직에 변화를 준 셈으로, 시스템반도체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LG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사업정리는) 자동차부품, 에너지솔루션, 바이오 등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며 “실리콘웍스가 연관됐다고 보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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