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근로자 8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제주 신화역사공원 붕괴사고 발생 하루 전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이 현장시찰을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대림산업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이 신년 첫 달부터 암초를 만났다. 제주지역 최대 개발사업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8명이 다친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 사고 발생 하루 전 김 사장이 현장을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건축부문 총괄자인 김 사장은 책임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 CEO 현장 방문 하루 뒤… 거푸집 ‘와르르’

거푸집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일 오후 4시 38분께. 이날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월드제주 A지구 호텔 공사장에서 철재 구조 거푸집이 붕괴되면서 현장 근로자 8명이 약 6m 아래 지하 2층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구조된 근로자들은 경상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고는 단순해보이지 않는다.

현재 경찰과 안전보건공단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다각도로 조사중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20일부터 안전정책과 직원 모두 현장에 나가 유관기관과 함께 원인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시공사의 부실시공 의혹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고 현장 시공사인 대림산업 측은 “공사는 규정대로 이뤄졌다”며 부실공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사고 현장을 취재한 제주 지역 언론보도와 관련 정부 기관의 목소리가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관계자는 “안전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일부 보도에 나온 대로 거푸집 보강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대림산업 김한기 사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이 현장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사장의 ‘현장경영’에 생채기가 불가피해 진 것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사고를 CEO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사고 발생 하루 전 김 사장이 현장을 찾은 건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사 CEO의 현장방문은 ‘안전관리 점검’과 ‘직원 격려’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건축부문 총괄 책임자인 김 사장이 장장 500km 떨어진 현장을 방문하고도 지역의 최대 개발사업의 안전 실태를 들여다보지 않다는 건, 되레 직무유기라는 거센 비판에 맞닥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사고 원인이 부실공사 및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것으로 밝혀질 경우, 김 사장의 ‘현장경영’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김 사장의 방문에도 현장 근로자들의 긴장감이 느슨한 상태였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을 떠나 신화역사공원 거푸집 붕괴 사고는 김 사장에게도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주요 건설사 CEO 중, 가장 성공적으로 회사를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매출액 7조5796억원과 영업익 1326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 영업익 5000억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은 대림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건설사업부의 수장인 김 사장은 신년 첫 달을 껄끄럽게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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