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흥건설 본사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전남 동부권 거대 주택단지 ‘순천 신대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입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시공사 중흥건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 지구 최대 메리트로 꼽힌 ‘3대 공약’이 줄줄이 좌초된 가운데, 신고된 하자건수만 18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 코스트코·외국인 학교·대형병원… 모조리 ‘없던 일’

‘경축 코스트코 입점 확정’
‘교육·문화·레저시설 갖춘 살고 싶은 배후단지’
‘동북아 중심의 글로벌 시티를 위한 외국인 학교 유치’

광양만권에 조성중인 한 아파트 광고의 홍보 문구다. 부동산 디벨로퍼 ‘순천에코밸리’는 2007년 총 사업비 5600억원 들어가는 대형 주택사업인 순천시 ‘신대지구’ 입주민 모집에 나섰다. 순천에코밸리는 사업 시공사인 중흥건설의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현재, 당시 중흥건설이 내걸었던 약속은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으면서 입주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는 현실이다. 신대지구 ‘3대 공약’인 코스트코, 외국인 학교, 대형병원 입점이 모두 무산됐다.

분양광고 전단에 ‘확정’이라고 못 박았던 코스트코 입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해 1월 순천에코밸리에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코스트코의 결정은 까다로운 건축허가 조건과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중흥건설은 입점 여부가 불투명했던 글로벌 유통업체를 전면에 내세워 입주민들을 현혹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선대지구의 정체성이던 글로벌 시티 조성도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사업의 중추격인 외국인 학교 설립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2010년 중흥건설은 캐나다 메이플립 교육재단과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2년 225명 규모로 개교한 뒤, 2018년까지 초·중·고교로 확대해 정원을 1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3차례나 개교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결국 무산됐다. 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학교 설립이 ‘없던 일’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중흥건설, 부당한 개발이득 지역에 돌려줘야”

다만 지역과 일부 언론을 통해 재단 측이 외국교육기관이 국내에서 얻은 이익금을 본국에 송금할 수 없다는 규제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미국의 한 의료 기관과 손잡았던 종합병원 설립도 지난해 같은 수순을 밝게 됐다.

순천시의회 이복남 의원은 “부족한 교육시설과 하자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신대지구 입주민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시와 시공사가 하루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허위, 과장광고로 입주민들을 끌어 모아 부당한 이득을 챙긴 중흥건설의 개발이익 환원이 그 첫 번째”라고 말했다.

5개 단지에 약 8000가구 입주를 마친 신대지구는 현재 3개 단지(약 3000가구) 공사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순천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합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신대지구에 누적된 하자신고 건수는 18만건으로 조사됐다.

한편 본지는 신대지구 시공사인 중흥건설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계열사인 시티건설 관계자는 “중흥건설 임직원들이 연수중이라 연결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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