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칼럼니스트
‘미황사의 말사 남녘교회의 주지’라는 말이 있다. 땅끝마을 해남의 대흥사 말사로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있다. 미황사 자체가 말사이니 그 밑에 다시 말사는 없다. 그렇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말사의 말사 자리를 불교도 아닌 기독교의 남녁교회가 차지한 적이 잠시 있다.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는 교회 헌금을 같은 지역 달마산 미황사의 범종 불사에 시주금으로 흔쾌히 냈다. 얼마 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남녘교회에 교회 종을 선물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같은 지역의 절과 교회에서 종교를 초월해서 종소리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선무당인 임의진 목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직 완전한 무당이 되지 못한 무당을 선무당이라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이러한 미숙한 선무당의 서투른 점을 꼭 집어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임의진 목사의 당호는 기독교가 아닌 무교에서는 그런 의미의 선무당일 수 있다. 한자는 다르지만 ‘선무당’(仙舞堂)이란 당호는 신선의 춤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 어떤 춤을 보이고 있는걸까?

▲ ‘예술가의 집 Artista Casa展’
미황사 주지는 여전히 말사이지만 남녁교회의 ‘본사’ 주지로 앞으로도 5년정도 미황사의 주인으로 있는다는 소문이다. “주지(住持)를 오래하면 지주(地主) 된다고 했던 임 목사는 2005년 ‘안식년’을 선언한 뒤 ‘말사’ 주지소임을 마치고 담양군 수북면의 병풍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스님보다 나은 목사님이라고 칭창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무당벌레 아니 ‘떠돌이 별(순례자)’가 되어 전국 아니 세계를 종횡무진하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이 ‘사람’이었다. 시인이자 수필가이자 음반기획자로서 그가 사진을 넘어 개인전 <보헤미안 랩소디>(2008년 10월)이래로 회화로 ‘사람’을 만나 인연을 잇고 있다. 21번째 개인전을 여는 임의진 목사는 “세상을 흔들어 다른 시선을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더 사제다운 길”이라고 전한다.

 
(재)담양군문화재단 담빛예술창고(장현우 총괄기획감독)는 2016년 담빛예술창고 연말기획전에 임의진 예술가를 초대하여 담빛예술창고 전시관에서 ‘예술가의 집 Artista Casa展’을 2월 20일(오전)까지 개최한다. 시인, 화가, 여행자인 임의진의 뒤죽박죽 절묘한 혼재의 아방가르드 아트. 현대미술 작품, 음반, 출판서적 등 융복합 예술가로 보여줄 수 있는 전시로 새해 담양을 방문하는 국민들과 지역민에게 아름다운 예술의 문화적 가치창조를 고취시키고 있다. 콘서트처럼 ‘임의진’을 그린 서양화가 김해성, 소설가 공선옥, 판화가 류연복, 사진작가 리일천, 판화가 남궁산, 사진작가 최민식, 서양화가 한희원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임 목사는 병풍산 아흔아홉 골짜기 ‘여우골’에서 천년묵은 무등산 구미호의 역을 잘 소화했다. 그 증거로 편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설치미술도 하며 세계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 수집품, 직접 만든 에코백 등도 이번 전시회에 다 보여준다.

경향신문에 10년째 연재중인 ‘시골편지’의 삽화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눈 내리는 진도 바다에도 등장하는 그의 칠성무당벌레의 등에 보이는 ‘붙박이 별’인 북두칠성은 떠돌이 별 아니 구미호의 연인인 것까지도 보여준다.

가짜 무당이 판치는 세상에 진짜 무당은 무당벌레밖에 없다는 그가 소통이 부재한 이 시기에 “들을 귀를 가진 토끼”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이 계절에 무당벌레를 몰래 잡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담양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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