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한국석유공사 사옥 전경. <석유공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최근 매각한 사옥을 두고 노사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사측은 유동성 확보와 부채비율 감축을 위한 특단의 비책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되레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는 자충수라며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지방이전 3년… 주인에서 세입자 신세로 전락

한국석유공사가 월세살이를 살게 됐다. 지난달 31일 석유공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사옥 매각 및 임차(Sale&Leaseback)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2200억원, 임차보증금은 220억원이다.

‘세일 앤 리스백’은 자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대 계약을 맺어 이를 사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2014년 완공된 울산 중구 우정동 사옥(지하 2층·지상 23층, 연면적 6만4923㎡)을 그대로 이용한다. 3년 만에 건물 주인에서 세입자 신세가 된 꼴이다.

공사는 이번 계약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98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고, 부채비율은 13.8%p 가량 감소할 것이란 구체적인 기대치를 내놨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미국 이글포드 세일가스 생산광구를 유동화 해 국내의 주요 금융사들로부터 4526억원을 투자·유치하는 데 성공, 부채비율을 약 72%p 감소시킨 바 있다”며 “이번 사옥 매각 역시 재무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집’까지 내다 팔게 된 건 최근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저유가와 해외자원 개발 실패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5년 45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공사는 지난해 역시 37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볼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부채 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453%를 기록했던 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단기 기준 516%까지 늘어난 상태다.

재무상태가 한계점을 찍자 공사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일부 본부와 해외사무소를 축소·폐지하는 등 조직 슬림화와 동시에, 임직원 연봉의 10%를 반납했다. 또 해외수당과 경비를 포함한 투자비 절감을 시도했다. 이번 사옥 매각은 공사가 밝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끝판왕격 인 셈이다.

◇ 노조 “투기자본에 임대료 수익 주는 엉터리 계약”

하지만 이번 회사 측의 결정을 두고 노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옥 매각은 공사의 재무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자충수라며 경영진의 오판을 질타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옥 매각 발표 다음날인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무구조 개선이란 목표 달성은 커녕 투기자본에게 임대료 수익만 주는 엉터리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석유공사 사옥의 연간 임대료는 85억2700만원이다. 5년 후 석유공사가 재매입선택권을 갖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공사가 재매입선택권을 행사해 5년 후에 바로 재매입 한다 하더라도, 그 사이 임차료만 426억원이 발생해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년 후 중구의 지가는 주변 지가상승률에 비췄을 때 18% 정도 상승할 전망이고, 그만큼 재매입액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채비율 개선효과도 의문이다. 매각시점 당시는 공사 측 입장대로 13.8%p 개선되는 효과는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단일리스 회계기준(IFRS 16)이 도입되는 2019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때부터 공사의 부채비율은 오히려 약 10%p 높아진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석유공사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며 “확보된 자금과 추가적인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가 어려웠던 광구의 추가 개발투자 등에 사용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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