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아이에스동서>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의 심기가 영 불편할 듯 하다. 연말부터 터진 악재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당선이 유력했던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의 낙마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 우환이 겹쳤다. 회심작인 초대형 주상복합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안전 사고가 발생한 것. 코스피 상장사인 아이에스동서는 부산을 연고로하는 시평 43위의 중견건설기업이다.

◇ ‘돈 봉투 살포’ ‘자재 추락’… 사고로 얼룩진 야심작

지난 2일 오전 10시경, 부산 남구 용호동의 대남로터리에서 이기대 방향으로 주행하던 차량의 운전자들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했다. 하늘에서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덩어리들이 차량을 ‘습격’한 것이다. 차량 10여대의 선루프와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곳곳에 흠집을 낸 덩어리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콘크리트’ 조각들이었다.

백주대낮에 도시 한복판에 내린 콘크리트 우박들의 ‘출처’는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는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지하 6층~지상 69층, 4개 동) 시공이 한창이었다. 아이에스동서 ‘더블유’ 공사현장 B동 59층에서 타설 중이던 콘크리트가 떨어진 것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해당 현장은 고층인데다가 항공 촬영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곳”이었다며 “건물망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타설 중 일부 콘크리트 조각들이 흩날려 지상으로 떨어지게 됐다. 피해를 입은 차주 분들께는 100% 보상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에 따르면 현재 사고 현장에서는 구청 건축과와 시공사 등 공사 관계자들이 모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남구는 아이에스동서 측에 재발 방지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그럼에도 더블유 주변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다.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불과 3개월 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발생한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가 인근 아파트로 날려 100여 가구의 입주민들이 피해를 봐야했다. 당시 유리창과 벽에 달라붙은 모르타르를 제거하기 위한 청소가 6일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블유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만 발생한 건 아니다. 건축허가를 두고 뒷돈이 오가는 부정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2년 당시 더블유의 민원 담당 임원이던 A씨는 건축심의를 얻고자 무리수를 두다 덜미를 잡혔다. 교통영향개선 주민 제안서를 받기 위해 인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돈 봉투를 건낸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B씨는 “건설사가 오히려 뇌물 수수로 몰아 입주자 대표인 나를 옭아매려 하고 있다”고 언론에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당시 사건은 A씨의 개인 일탈에서 발생한 일로, 당사자가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 따논 당상인 줄 알았던 협회장… 다윗에 ‘완패’

야심작이 우환거리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권혁운 회장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기적으로 더욱 그렇다. 지난 연말 건설업계 최대 이슈였던 대한건설협회장 선거에서 권 회장는 낙마의 쓴맛을 봐야했다.

권 회장은 건설업의 전경련으로 불리는 대한건설협회 27대 회장의 유력 후보였다. 업계에서는 라이벌이던 신한건설(시평 682위) 유주현 회장보다 그의 당선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업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평 순위가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유 회장의 ‘자격 논란’까지 터지면서 권 회장에겐 특급호재가 됐다.

유 회장은 선거 하루 전, 과거 지자체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형사처벌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궁지에 몰렸다. 판세는 권 회장 쪽으로 완전히 기운 듯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선거는 유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참석 구성원 143명 가운데 102명이 유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권 회장은 40표를 얻는데 그치며 적잖이 망신을 샀다. 시평 순위가 무려 600위 이상 떨어진 건설사에 패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한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와 권 회장은 악재성 이슈로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