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프로젠H&G 본사.<네이버 거리뷰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에이프로젠H&G(구 로코조이) 김재섭 대표가 취임 후 첫 위기를 맞았다. 1월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코스닥 큰손’ 원영식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가 알려지면서 에이프로젠H&G 측 주가가 덩달아 하락한 것이다. 약 한 달 전 경영일선에 나선 신임 김 대표의 위기관리능력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M&A계 ‘큰손’ 원영식 회장, ‘검은 돈’ 전락

경영컨설팅사 오션인더블유 원영식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3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원 회장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손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올라 증권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원 회장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션인더블유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회장님 신변에 대해 전혀 파악하고 있는 바가 없다”며 “드릴 말씀도 딱히 없다”고 말했다.

원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2014년 원 회장은 제3자 유증 방식으로 셋톱박스 업체 홈캐스트 주식을 확보했다. 이후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 매입가의 2배 이상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를 포함한 공범들과 함께 홈캐스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다.

코스닥시장 ‘큰손’이 주가조작 혐의에 휘말리면서 관련주 상당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다수 종목은 원 회장이 투자한 자금을 수혈 받은 기업들이다. 썬코어, 초록뱀, YG플러스, 아이오케이, 웰메이드예당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급속히 번지는 모양새다.

올해 1월 유상증자를 단행한 에이프로젠H&G도 주가하락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원 회장은 지난달 16일 관계사인 W홀딩컴퍼니를 통해 에이프로젠H&G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원 회장이 대표로 있는 오션인더블유는 W홀딩컴퍼니 지분 17.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상 원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결국 원 회장으로부터 촉발된 ‘주가조작 리스크’에 3일 에이프로젠H&G 주가는 4530원에 장마감했다. 전날보다 13% 넘게 빠진 수준이다. 6일 현재는 소폭 상승해 4730원에 장마감했다.

◇ 체질 개선 마친 에이프로젠H&G, 위기관리능력 ‘도마’

▲ 에이프로젠H&G 김재섭 대표.<네이버 프로필 캡처>
에이프로젠H&G 관계자는 “홈캐스트 주식매매는 이미 2년 전에 불거졌던 일이고, 개인투자자에 국한된 사안이라 딱히 회사 측에서 반응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증 금액도 이미 지난달 입금이 완료됐고, 1년의 보호예수가 걸려있는 점도 회사의 타격을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회사출범 및 대표선임 약 한 달을 맞은 입장에서, 악재성 이슈에 휘말리기엔 시기가 좋지 않다는 평이다. 에이프로젠H&G의 풀네임은 ‘에이프로젠 헬스케어 앤 게임즈’다.

전신인 로코조이는 지난달 사업다각화를 위해 최대주주도 ‘ABA바이오로직스’로 변경했다. 변경 후 최대주주 지분율은 19.24%다. ABA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도 같은 날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취임 한 달째를 맞는다. 지난달 10일 모바일 게임 개발사 로코조이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바이오 기업으로의 변신을 완료했다.

숨 가쁜 체질개선에도 지난 한 달간 김 대표의 경영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1월은 김 대표와 주주 모두에게 다사다난한 한 달이었다. 회사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처음 알려진 작년 말부터 주가가 요동쳐 40% 이상의 급격한 등락폭을 기록했다. 사명변경 리스크가 개선된 지난달 초, 회복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후 다시금 하락했다. 급격한 주가등락과 구설수가 반복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주주신뢰 회복에는 난항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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