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씨는 한때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를 인신공격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고씨는 차분한 목소리를 반박하며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역겹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불륜설이 제기된 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을 자신과 최씨의 불륜으로 주장한 것에 대해 “한심하다. 신성한 헌재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이 할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고씨는 이날 법정에서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공판이 8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차분한 모습을 끝까지 유지했다. 최씨에겐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 대면한 자리였다. 하지만 그는 최씨가 퍼부은 질문에도 재판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때 최씨의 도움으로 ‘빌로밀로’라는 가방업체를 운영했고, 더블루K에 몸담으며 가깝게 지냈으나 지금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최씨는 달랐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씨는 자신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와 문답을 주고받는 고씨를 내내 노려봤다.

양측의 쟁점은 더블루K의 실제 운영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실제로는 고씨가 장악한 회사가 아니냐”고 의문을 가졌다. 이에 고씨는 “내 회사였으면 내가 잘릴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억울했다. “최씨의 집안일은 물론 심부름, 고장 난 차수리 등 사적인 일까지” 도울 만큼 “(최씨를 협박할) 힘이 없었다”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재경 변호사가 “최씨에게 돌대가리를 왜 무겁게 달고 다니느냐 막말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그 말은 최씨가 내게 한 말”이라고 응수했다.

공판이 끝날 무렵 최씨가 직접 고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민우’로 개명하려다 마약 전과 때문에 하지 못한 일과 신용불량자라 통장 거래가 안 된 일을 거론하며 몰아세운 것. 고씨는 “모르는 얘기”라고 답했다. 앞서 이경재 변호사는 고씨에게 “최씨에게 빌린 월세방 보증금 3000만원도 갚지 않았다”, “최씨가 고씨의 월세방을 찾아갔는데 어떤 여성이 정유라의 애완견을 안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고씨는 “보증금은 다 갚았다”면서 거론된 여성에 대해선 “사생활이라 답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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