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 한 편의점에서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담뱃갑 경고 그림은 흡연 폐해를 알리는 10종이 부착돼 판매된다.<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볼 때마다 끔찍해서… 뭐로든 가리고 싶습니다.”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이 배치되면서 흡연자들의 ‘심기’가 영 불편하다. 담배를 꺼낼 때마다 충격적인 흡연 유해성 경고 그림이 노출돼 멈칫하게 만들어서다. 구강암이나 후두암에 걸린 모습, 충혈된 아이의 눈, 발기부전을 빗댄 모습 등 10여종의 그림이 담뱃갑 앞뒤 양면에 부착돼 담배로 향하는 애연가들의 손길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흡연자들은 대안책으로 흡연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배케이스’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 흡연경고그림 부착이 담배가 본격적으로 시판되면서 담배케이스 판매량도 폭증하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담배케이스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2% 급증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의 경우 최근 한 달간 담배케이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부착 의무화로 담배케이스 판매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은 셈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몇천원대에서 최고 수만원에 달하는 담배케이스들이 판매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담배 개비만 따로 보관하는 케이스에서부터 담뱃값을 통째로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 여성전용 담배케이스도 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선 담배케이스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분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일각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사제 담배케이스로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만큼 흡연율 억제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는데다, 흡연자 입장에선 담배케이스 구입비용을 추가적로 소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중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흡연혐오그림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보건당국은 편의점 등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에서 경고그림이 보이지 않게 진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소비자들이 사제 담배케이스를 별도로 구입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편 건강증진법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공장에서 출하되거나 수입된 담배는 의무적으로 담뱃갑 표면의 30% 이상의 크기로 경고그림을 부착토록 했다. 정부는 경고그림 제도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이미 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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