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긍정 평가하며 “경쟁을 하더라도 나중엔 하나 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름다운 경쟁’을 원했다.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만큼 경선 경쟁자 역시 ‘동지’라고 강조했다. “힘과 힘을 더한다면 누가 후보가 되든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당내 유력 주자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마다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이 돌풍으로 불릴 만큼 빠르게 상승한 데 대해서도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만큼 외연이 확장되고, 파이가 커진다”는 점에서, 경선에서 선출된 최종 후보가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경쟁을 하더라도 나중엔 하나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우리 안희정, 우리 이재명…”

때문일까.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을 흔드는 당내 비판에도 말을 아꼈다. 지지율 1등에 대한 견제라고 입장을 대신했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서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구상을 둘러싼 공방에도 빠르게 수습했다. 그는 7일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대전·충청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희정 지사와 저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도리어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칭찬했다. “자기 비전을 밝히면서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것. 그래서 “안희정 지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주 자랑스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연정에 대한 입장도 유연해졌다. 당초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과 어떤 대연정에도 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이날 “안희정 지사의 해명에서 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적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과 연정할 수 없다”는 점에 분명히 하면서도 “국정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야당과 협치는 필요하다”는 데 현실적 고민을 담은 것이다. 때문에 그는 “대연정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판단했다.

▲ 문재인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에게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두 사람을 포함해 “경쟁하는 후보들과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방침이다. <문재인 전 대표 측 제공>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당내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긍정 평가했다. 일례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표적 공약인 ‘청년수당’이다. 그는 지난 4일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학생·청년지지모임 ‘허니문’ 출범식에서 성남시가 실시하고 있는 청년수당을 거론하며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성남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형태로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만큼 “성남시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를 전통시장 살리는데 접목시켜 “온누리 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바우처 형태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불출마’ 박원순·김부겸 치켜세우기

뿐만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당내 경쟁자 가운데 가장 버거운 상대였다”고 평가한 그는 “당장 국정을 맡아도 서울 시정처럼 문제없이 수행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마장동의 ‘찾아가는 주민센터’, 종로 세운상가 내 창작지원 공간으로 만들어진 ‘팹랩’, 환자안심병원제도를 도입한 서울의료원을 찾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박원순 시장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곳 모두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박원순표’ 복지정책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바 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는 당내 비문주자로 불린 김부겸 의원을 끌어안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일 충남 당진의 화력발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부겸 의원의 불출마 선언 소식을 접한 뒤 “우리가 경쟁도 중요하지만 함께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부겸 의원과 박원순 시장, 그리고 경쟁하는 후보들과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부겸 의원이) 대구·경북이라는 어려운 지역에서 우리 정치의 지역구도와 맞서 뚝심 있게 성공을 이뤄낸 감동의 정치인”이라면서 “영남지역의 지역주의가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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