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특검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인물 일부가 ‘한독경제인회’라는 고리로 묶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을 해외 근거지로 두고 있는 최순실이 ‘한독경제인회’ 출신인사들을 정부요직에 앉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독경제인회는 ‘한국과 독일 양국의 교류와 친선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10월에 창립한 단체로, 2016년 10월 서울시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한독경제인회에 정회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재독한국경제인협회 회원이었거나, 독일주재 한국공과, 기업, 금융기관 등 단체소속으로 상당기간 독일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한독경제인회’의 존재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박영수 특검이 미얀마 K타운 사업을 수사하면서다. 특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의도로 유재경 미얀마 대사를 추천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최순실 추천설’을 일축했던 유재경 대사는 특검의 증거제시가 이어지자 결국 이를 인정했다. 유 대사는 외교부 출신이 아닌, 삼성전기 임원 출신으로 인사 당시 외교부 안팎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후문이 있었다.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인식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에게 이목이 쏠렸다. 김 이사장 역시 최씨의 입김으로 지난해 코이카에 취임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다. 코이카는 미얀마 ODA 사업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 무엇보다 김 이사장이 ‘최순실 추천’을 받은 유 대사와 인연이 많다는 점에서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김재천 주 베트남 호치민 총 영사관 영사에 따르면, 두 사람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했던 기간이 겹친다. 또한 ‘한독경제인회’에서 펴낸 ‘독일을 이야기하다’는 책 집필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한독경제인회 모임이나 책 집필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분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특검의 수사에 이름이 거명되는 인사들 다수가 ‘한독경제인회’ 소속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유럽본부 사장 출신인 양해경 현 한독경제인회장은 최순실의 독일 체류 및 정유라 승마지원의 배경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도 이 모임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차병원그룹의 A씨와 금융감독원 전·현직 간부도 한독경제인회 소속이다.

7일에는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이 핵심 고리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은 고 육영수 여사의 언니인 육인수 씨의 장남으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이종사촌 관계다. 공교롭게도 홍 전 행장 역시 한독경제인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 전 행장과 양해경 회장은 30년 전부터 고려대 독일교우회에서 함께 활동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 의원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해 왔던 많은 분들이 고려대 독일교우회를 기반으로 한독경제인회로 수렴되는 과정이 있었다”며 “일련의 과정들을 쭉 살펴볼 충분한 의미가 있다. 영화 대부 수준의 패밀리에 가깝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독경제인회 전반의 상황에 대해 특검이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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