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7일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 신청한 증인 중 8명을 받아들임으로써 2월 말 탄핵 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3월 초 결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일부 매체에서는 헌재 재판관 중 일부가 기각 쪽으로 심정을 굳혔다고 보도하면서 탄핵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은 국민의 명령에 따른 국회의 표결 결과다. 그런데도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 명령에 대한 명분은 퇴색되고, 조기 대선분위기로 흐르면서 탄핵 위기론을 자초하게 됐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사실상 대권행보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정권 잡는데 더 혈안이 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석했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대권도전을 선언하며 대권대열에 합류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탄핵위기론에 애써 눈을 감고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빅텐트론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꾸준하게 늘어났다. 동시에 박 대통령도 설을 앞두고 보수언론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수세력의 단결을 은근히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보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2배 많은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날로 증가하고 있는 태극기 집회에 힘을 보탰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은 뒤늦게 탄핵 위기론을 인지하고 성토하기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3초의 탄핵안 결정이 불투명하다고 위기론을 제기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득권세력이 복귀를 노린다고 경고했다. 또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시계는 멈춰선 안된다며 탄핵위기론에 동참했다.
 
탄핵 위기론은 사실 야권에서 자초한 면이 크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야권은 마치 정권교체가 지상 명령인 듯 일제히 대권경쟁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경선을 주장하며 대권경쟁에 불을 지폈다. 야권의 고위 관계자들은 보수정당에서 어떤 방법을 제시하더라도 이번에는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며 샴페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대권놀음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게 이번 촛불집회의 민심이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에게 권력의 양탄자를 깔아주는 게 아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심판하자는 게 촛불의 민심이다.
 
그런데도 야권은 권력욕에 취해 박근혜 탄핵의 당위성이 점차 퇴색되어져 가는 것을 몰랐다. 당장 눈앞에 놓인 사탕의 달콤함에 취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결국 탄핵 위기론이 불거지자 야권 대권주자들이 기껏 하는 말이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마다 타 올랐다. 탄핵 위기론이 불거지며 대선일정에 변동이 생기자 야권의 대권주자들은 다시 촛불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탄핵안이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 후폭풍은 야권으로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야권은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야권에서 오매불망 염원하는 정권교체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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