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독한 변화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침없는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의 여파로 대기업들의 투자가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홀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사업 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부문 지분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선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잡기 위해 야심찬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위기는 곧 기회” ‘통 큰 투자’로 기술 경쟁력 확보 ‘속도’

▲ SK그룹 2017년 투자 계획
SK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투자 실적(14조원) 보다 약 20% (3조원) 늘어난 규모다. 주요 대기업들이 정국 불안과 대내외적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된다.

SK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인 17조원 가운데 65%인 11조를 국내 시설에 투자키로 했다. 또 M&A와 지분투자 등 전략적인 투자에도 4조9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투자는 SK그룹의 3대 성장축인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에 대한 집중된다.

계열사별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단연 압도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엿보이게 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 양산과 72단 3D 낸드플래시 육성에 집중 투자를 할 방침이다. 특히 취약분야인 낸드플래시 부문에는 통 큰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 최근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 부문 지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지분 인수에는 3조원의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경쟁에서 뒤쳐져있다.

▲ 주요 계열사 투자 계획 현황
낸드플래시 시장의 1인자는 35.5%(지난해 3분기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이어 도시바(19.5%), 웨스턴디지털(15.5%), 마이크론(11.2%), SK하이닉스(10.9%) 순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2인자인 도시바의 지분을 인수해 관련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부다.

◇도시바 인수 ‘도전장’… 낸드플래시 시장 지각 변동오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부문에선 삼성전자(48.0%)에 이어 2위(25.2%)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다면 추격의 고삐를 당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건설도 시작한다.

반면 반도체 라이벌인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역풍을 직격탄을 맞아 경영 시계가 멈춰있다. 올해 인사와 투자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후폭풍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등에 최대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신사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M&A 역시 적극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석유화학업체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를 시도 중이다.

SK텔레콤은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해 향후 3년간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에 6조원, ICT 생태계 조성 및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5조원을 투자한다. 또한 R&D(연구개발)와 지분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과연 최 회장의 통 큰 투자가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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