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0일로 1년이 된다. 하지만 통일부는 현시점에서 재가동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현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통일부 수장은 딱 한차례 교체됐다.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2015년 2월 개각에서 경질되자 후임으로 현 홍용표 장관이 발탁된 것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섰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그 일례다. 류길재 교수는 “개성공단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홍용표 장관은 “현시점에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 초대 통일부 장관 류길재의 ‘유감’ 표시, 왜?

류길재 교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을 하루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장관 취임 직후 개성공단 중단 사태 해결을 위해 남북 협상에 나섰던 때가 떠올랐다. “상당히 조마조마 했던 경험”이라고 소개한 그는 “최선을 다해 재가동시킨 개성공단이 사실상 영구폐쇄 수순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보면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이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기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곳”인 만큼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큰 맥락에서” 재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다.

같은 날 홍용표 장관은 재기에 성공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두 곳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단 중단으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정부도 나름 합리적 기준으로 보상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합심하면 새로운 활로가 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7일 통일부에서 낸 설명자료로 대신했다.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는 게 요지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데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

앞서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이 결정된 지난해 2월10일 NCS(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됐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핵·미사일에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압박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 현 정권 초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류길재 교수는 홍용표 장관과 달리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하는 한편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뉴시스>
이에 대해서도 류길재 교수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문제를 얘기해줘야 한다”는 것. 그는 “개성공단을 북한에 대한 안보적인 지렛대 또는 압박수단으로 얘기하면 통일에 대해 우리가 국제사회에 얘기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관계는 통일의 트랙이 반드시 있고, 이를 반드시 움직여 나가는 것이 통일부가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혼란을 겪는 데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특히 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결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이 그랬다.

통일대박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류길재 교수는 장관 재임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그 취지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대통령이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언급했을 때 기자들과 함께 처음 들었다. 이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정부가 해명한 것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통일대박이 최씨의 아이디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통일부는 “관계 부처에서 안을 내고 서로 토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답했다.

◇ 청와대 부인했지만… 최순실 개입 의혹 여전

이후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통일대박은 2013년 6월 민주평통 간부위원 간담회에서 처음 나온 말로, 자문위원인 신창민 교수가 발간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 제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길재 교수는 신창민 교수의 책이 최씨에게 먼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는 통일대박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은 드레스덴 연설문이 독일에서 발표되기 하루 전날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개입 의혹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가동 중단 결정에서도 최씨가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특검팀에 수사를 요청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상당수는 재가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입주기업 84곳(전체 123개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4%가 ‘무조건’적인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대체적으로 고려(23%)하거나 상황을 보고 판단(26%)하겠다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93%가 재입주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평균 2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투자자산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은 4838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무이자 대출 성격의 지원금이거나 업체들이 보험료를 내고 탄 경헙보험금이라는 게 비대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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